제 이름으로 된 주식계좌가 생기고 딱 두 달 뒤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습니다. 평소 겁 많은 저 답지 않게 준비도 없이, 아무런 공부도 하지 않고 그 세계에 무심코 발을 들였습니다. 저에게까지 주식투자의 호기심을 불어넣은 때라면 아마 콜라 100리터에 멘토스 50알쯤 넣은 그런 (미친 듯한 버블) 경제 상황이었을 겁니다. 저는 겁 없이 들어갔고 주머니가 탈탈 털린 채 나왔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제게 지구촌 깡패였습니다.
그 후로 저는 시간이 나는 대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식투자 책도 보고 일반 경제서적도 봤습니다. 전문용어가 나오면 이해할 수 있는 것만 이해하면서(즐기면서) 계속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펀드 투자를 하면서 ETF를 매매하고, 잠깐 ELS와 DLS의 유혹에 빠졌다가 악마의 상품이란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대신에 수익률은 다소 낮지만 원금이 보장되는 ELB를 활용하며 왔습니다. 즉, 개별주 투자는 겁이 나서 거의 하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최근에 이 책을 봤습니다. '절대 잃지 않는'이라는 수식어에 "에이~~" 하고 돌아서려다가 '신중한 투자자... 위험회피형 가치투자 전략'이란 문구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목차를 확인하고는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벤자민 그레이엄, 워렌 버핏 등이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여기는 안전마진. 책에 따르면 투자의 내재가치와 시장가격 사이의 간격을 가치 투자의 안전마진으로 볼 수 있는데, 투자자가 큰 할인율로 거래되는 내재가치를 지닌 투자처를 매수해서 자본 손실의 위험을 줄이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큰 손실 없이 견디며 투자할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그래서 곽병열 작가님은 PER, PBR, 배당수익률 분석을 통해 안전마진을 구축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실제로 이 수치를 구하는 방법을 꼼꼼하게 알려준다는 점에서 정말 실용적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됐고, 그래서 어떤 종목이 좋은 건데요?"라고 묻는 독자들을 위해서 한국과 미국의 안전마진 가치주를 추천해 줍니다. (하지만 저는 잘 구워진 생선보다 펄떡이는 물고기를 잡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제가 좋아하는 ETF 상품도 언급하고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여러모로 큰 도움을 받게 생겼습니다.
집 나간 자식처럼 되어버린 계좌를 보며 쓰라렸는데, 마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계속 공부하고 다독이면서 조금씩 데려와야겠다 싶습니다. 책 선물을 해주신 게 아니라 희망을 선물해 주신 겁니다. 감사합니다, 터닝페이지 출판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