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세기 동안 일어난 일 중 가장 혁신적인 변화를 고르라고 하면 나는 다이어트리 패치(dietry patch)라고 말하겠다. 10년 전 한 바이오회사에서 엄지손톱만 한 패치를 만들었고 인류의 생활이 극적으로 바뀔 거라고 주장했다. 음식을 먹는 대신 패치를 붙여 열량과 영양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사람들은 인간이 어떻게 안 먹고 살 수 있냐며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치부했다. 하지만 이후 여러 바이오업체들이 가세했고 그 효과가 입증되자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바이오회사의 임상실험 대상자로 지원했다. 한 달간 아무런 음식도 먹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난 평소 두 끼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했고 간헐적 단식도 어렵지 않게 하고 있던 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다. 솔직히 시제품을 사용했을 때에는 불편했다. 니들형으로 만든 24시간용 마이크로 패치였는데 떼고 나면 피부가 붉어지고 부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배고픔이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니 어서 시중에 나와 보급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후 매끄러우면서도 피부흡수율을 높인 제품이 나와 편하게 사용하고 있다. 더구나 한 번 붙이면 사용 기한이 30일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더 긴 시간 동안 기능하는 패치가 나오지 않을까.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95% 이상이 패치를 사용한다고 한다.
주거환경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부엌’이란 단어도 사어(死語)가 되었다. 우리 식구는 음식을 안 먹게 되자마자 냉장고, 김치냉장고, 전기레인지, 그릇 등을 폐기하고 그곳을 내 서재로 꾸몄다. 원래 내 공간이었으니까. 식탁에 앉아 매 끼니를 고민하던 시간이 사라졌다. 식탁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데 푹 빠져 있다가 식사준비 시간이 늦어져 눈치를 보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온다. 평생 음식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이 패치는 신의 선물임에 틀림없다.
식사를 하느라고 매여 있던 시간이 없어지니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해가 질 무렵 노을 진 공원에서 맨발 걷기 운동을 하거나 배드민턴을 치는 등 가벼운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혈당 조절이 필요했던 남편은 패치 덕분에 약 없이도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다. 딸과 함께 배드민턴을 치는 그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인다.
벌써 내일이면 7일째. 패치를 사용하는 걸 완강히 거부하던 부모님도 우리의 여유로운 생활을 보시더니 생각을 바꾸셨다. 오랜 세월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한 먹거리. 당신들 삶의 한 토막을 덜어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이제껏 버텨오신 걸까. 이제라도 편한 삶을 누려보기로 하셨다기에 나도 기쁘다. 20년이 넘은 냉장고와 가전제품 수거를 신청해 드려야겠다. 그것들은 골동품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