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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독백 Oct 09. 2024

깜짝 여행

#글쓰기연습  #가방은이미싸두었다  #여행


정말 끝이 났다. 논술시험까지 다 봤으니 이제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아침밥을 먹자마자 카세트테이프 음악을 들으며 늘어지게 한 숨 더 자려는 그녀 앞에서 엄마가 말했다. 짐 챙겨, 나가자. 어디 가는데? 일주일 정도 있다 올 거고, 목적지는 비밀이야.


그녀는 당황했지만 이내 웃으며 짐을 챙기러 방으로 갔다. 물어봐도 엄마는 대답을 안 해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엄마는 가방을 이미 싸두었으리라. 혼자 여행 계획을 세우며 즐거워했을 엄마를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그녀는 며칠간 입을 옷가지를 대충 챙겨 가방에 담았다. 여행지 맛집에서 엄마와 근사한 식사를 하려고 그녀는 비상금도 챙겼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 사이로 하얀 파도가 보이는 것 같고 눈 쌓인 산이 어른거리는 듯도 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이렇게 두근대는 선물을 받을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깜짝 여행이라니.


그녀는 잠이 들었다가 익숙한 노랫소리에 눈을 떴다.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간간이 엄마의 목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그녀는 눈이 부셔 한 쪽 눈만 겨우 뜨고 엄마를 바라봤다. 먼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엄마의 옆모습은 슬프기도 아름답기도 했다. 한때는 소녀이고 젊었을 여인의 얼굴. 생기를 빼앗고 그 자리에 대신 자리 잡은 주름은 자식의 흔적인가 보다 하고 생각하니 왠지 엄마한테 미안했다.


여기가 어디야? 으응, 만리포야.


두 사람은 외투를 입고 바닷가를 바라보며 섰다. 엄마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모시고 온 곳이 이 바닷가였다고, 그땐 여름이었다고 했다. 겨울바다를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말은 울먹임 속에 묻혔다. 그때 그녀는 엄마가 왜 겨울만 되면 훌쩍이는 때가 많아지는지 알게 된 것 같았다.


엄마는 만리포를 시작으로 남쪽, 동쪽에 있는 바닷가를 돌자고 했다. 실컷 겨울바다를 눈에 넣자고 했다. 아직 봄이 오려면 멀어서인지 바람은 매서웠다. 하지만 엄마의 마음은 차츰 녹으리라. 그녀는 손으로 엄마의 어깨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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