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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비맘 Aug 14. 2020

토끼 피비와의 전쟁 시리즈

첫 번째 전쟁 : 화장실전쟁

토끼는 먼지와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처음 몇 주는 카페에서 저 글을 본 후라 나의 아침 일과는 매우 바빴다.
행여 먼지라도 있을까 더러워서 토끼가 스트레스라도 받아 급사라도 할까, 일어나자마자 나는 피비의 케이지를 치워주고 밤새 피비가 뛰어놀고 먹고 뱉어 놓거나 헤집어놓은 건초 통을 정리하고 물통을 씻고 물을 갈아주었다. 화장실도 청소해주고 여기저기 싸 둔 똥알 역시 주워서 치워 주었다.
내가 사준 세모 모양의 토끼 전용 화장실이 맘에 안 드는 건지 아니면 화장실이라고 인식하지 못한 건지 피비는 화장실 배변판 대신에 집 내부 오만 곳에 오줌을 싸 두기 일쑤였다.



누런 부분은 피비가 오줌 싼걸 닦은 흔적이다



벽지 부분 역시 피비가 오줌을 싸서 튄 부분

가령 내 책이라든지 내 이불 위라든지 내 가방 위라든지...
이불, 베개는 물론이고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도 오줌을 싸 둘 때도 많았다.
그리고 돌아서면 오줌테러, 똥테러가 일상 다반사였다.
이제 막 다 마른빨래를 접어두고 새로 세탁한 이불을 다시 깔아 두면 어느새 올라가서 이불에 오줌을 싸 두고 그 이불을 치우다 보면 접어둔 빨래를 헤집고 거기에 오줌을 싸 둔다든지.... 그런다든지... 허허허...;;


심지어 매우 어린토끼의 오줌은 투명한 색일 때가 많아서 내가 눈치 채지 못할 때도 많았다. 그러다 자려고 이불을 덮으면 이상하게 이불 한쪽이 축축해서 보면, 거기에 이미 피비가 오줌을 싸 두었던 일도 부지기수였다.


마치 자기 침대 인냥 내 침대를 점거하는 일이 많았다



익히 ‘토끼는 오줌 냄새가 독하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터였는데 아주 어릴 때에는 토끼의 오줌에 어떤 냄새도 나지 않을 때가 많아서 처음에는 이불에 오줌 싸는 걸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잠시, 무척이나 잠시였다. 커가면서 먹는 게 다양해지자 확실히 먹는 것에 따라 토끼의 오줌은 노란색과 주황색을 띠게 되고 냄새도 나기 시작했다.
이불빨래를 하는 일도 너무나 잦아서 나는 결국 ‘토끼 배변훈련’이라는 것을 찾아보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피비는 처음 데리고 왔을 때부터 오줌을 가리지 못했다.
내가 피비를 데려온 후 나와 친한 친구도 토끼를 한 마리 데려왔는데 그 친구가 데려온 아기 토끼는 마트에서 눈치를 보고 자란 토끼라서 그런지, 마치 어떻게 해야 본인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안다는 듯이 피비랑 비슷한 나이일 때 데려왔는데도 첫날부터  배변훈련도 필요 없이 화장실을 잘 가린다고 했다.




데려온 날 부터 배변훈련이 이미 되어 있었다던 랄라 ( 친구네토끼) 피비보다 약 한달 어린 피비의 동생토끼



‘피비야? ^^ 오늘부터 특훈이다!!!!’





네이버 토끼 카페의 정보를 찾아본 걸 정리를 하면,
 
1. 토끼가 오줌을   중에 화장실이 아닌 곳에는  냄새가 나지 않도록 식초로 위를 닦는다
2. 토끼가 화장실로 사용했으면 하는 곳에 토끼 화장실과  속에 토끼의 오줌과 똥을 묻혀서 휴지를 놔둔다.
3. 토끼가 밥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배변 활동을   있도록 먹이통 밑에 화장실을 둔다. 였다.

나는 제일 먼저 피비가 오줌 싼 바닥을 식초로 전부 닦았다. 그리고 오줌 묻은 휴지를 배변판에 넣고 피비 건초통 아래에 화장실을 넣어주었다. 이제 곧 저기 위에 올라가서 건초를 먹으면서 똥오줌을 바로 가릴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기대에 부풀었다.




왜?? 나 미나리 먹는데?? 무슨 일이토??

결과는?
대. 실. 패.

그래서 다시 찾아본 최후의 수단은 다소 강압적인 방법이었다.
토끼에게 밥통과 화장실만 들어갈 공간만 주고 거기에서 밥을 먹고 싸는 일만 가능하도록 하는 일이었다. 피비는 자주 먹는 스타일도 아니고 도무지 화장실에서는 밥을 먹고 싶지 않다는 듯 그곳을 탈출하려 애를 썼다. 굳게 마음을 먹고 그 좁은 공간에 애를 가두기를 30분쯤 되었을까. 이 토끼의 머릿속에는 ‘탈출’이라는 것 밖에 없다는 듯 먹지도 싸지도 않고 탈출만 하려고 들었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 방법도?

대. 실. 패



피비 약 한달째 ! 점점 여우같이 생긴 얼굴이 나온다



결국 나는 내 생각을 바꿨다.
‘내가 좀 부지런해 지자’

내 이불에 오줌을 누면 내가 더 자주 빨래를 하고, 가방이나 이런 것들은 피비가 오줌을 누지 못하도록 위에 올려 두기로 했다. 그러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
어느 순간부터 피비가 이불에 오줌을 싸면 오줌에 젖지 않은 부분을 덮고 잤다.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빨래를 했다.
그러다 지켜보니 오줌을 아무 곳에나 싸는 게 아니라 유독 많이 싸는 곳이 있었다. 바로 내 화장실 앞. 그곳에 배변판을 놓아주니 배변판 위로 올라가서 배변을 하지 않지만 배변판 바로 앞에서 해결하는 걸 알게 됐다.
혹시 얘는 높은 화장실이 별로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배변판 자리에 수건을 깔아놓아 보았다. 그랬더니 10에 7번은 그 장소에서 오줌을 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머지 3번은 여전히 내 이불이었다. 그래도 70%는 이제 오줌을 가리는 게 되었으니 이게 어딘가 싶었다.


똑똑 ! 계토요? 엄마 화장실 좀 들어가게토요!


그런 과정의 전쟁을 겪고 나니 확실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 이 친구는 빨래를 하고 나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날수록 내 이불에 오줌을 싼다.
둘, 이불이나 수건 같은 게 깔려 있어야만 싼다. 맨바닥에는 오줌을 잘 싸지 않는다.
셋, 배변패드를 깔아주면 거기에 싸긴 하지만 배변패드를 물어뜯는다.
넷, 본인의 화장실이 조금 더럽다 느껴지면 그 주변에 싼다. 즉 배변판 위에 수건이 더러워지면 다시 다른 곳에 배변을 보기 시작했다. 배변판 위의 수건만 열심히 갈아주면 거기에 누는 확률이 높다.
다섯, 배변판 없이 수건만 있어도 내 화장실 바로 앞에 눈다. 즉 피비는 배변판(화장실) 보다 수건과 같은 곳 위에 용변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결론, 내가 겁나 부지런해져야 한다.



옴마 배변판은 필요 없토요 수건이나 깔아주토요



매트를 깔아 준곳에만 배변을 하기 시작했다. 매트가 넓어질수록 피비의 화장실은 커지고 있었다!



그래서 피비는 나중에는 배변판 없이 피비 화장실용 매트와 수건이 30장 정도 우리 집에는 구비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애지중지 손빨래를 하다가 시간이 흐른 후에는 피비 화장실로 쓴 수건과 매트를 모아서 세탁기에 한 번에 돌리곤 했다.



새로 이사 간 집은 현관문을 열면 바로 왼쪽에 내 화장실 문이 보이고 그 바로 앞에 피비는 본인 화장실 터로 자리를 잡았다. 외관상 좋지 않아 매트에서 다시 배변판을 구매 했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나 이사를 하면서 내가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을 한 공간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집에 외부인들이 오게 되었다. 이사를 가서도 피비는 내 화장실 바로 앞을 본인의 화장실로 정했고 (이사를 가면 다시 토끼가 어디에 가장 많이 배변을 누는지를 보고 거기를 화장실로 정해주면 된다.) 화장실이 외부인들이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위치라 외관상 좋지 않아 보였다. 들어와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게 피비의 똥이 널브러진 매트니까.

그래서 배변판을 다시 사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피비는 그 배변판 위에 수건이나 매트가 깔려 있지 않으면 배변활동을 하지 않았다. 배변판을 산 후에도 수건과 매트는 꼭 위에 깔아주어야만 피비는 화장실을 이용했다. 피비 화장실의 위치와 피비의 케이지와의 거리는 꽤 되었지만 피비가 나이가 들고부터는 내가 시키거나 강제하지 않아도 용변이 마려우면 피비는 부리나케 본인 화장실인 수건 깔린 배변판으로 달려가 용변을 해결하곤 했다.


내 화장실 바로 앞에 본인 화장실 자리를 잡아서 저기에 할 수 없이 배변판을 사서 매트나 수건을 깔아주었다
내 화장실을 매우 궁금해 하던 피비
배변판이 있어도 그 위에 매트를 깔아주어야 용변을 보았고 매트가 있는 부분으로만 밟고 볼일을 해결했다.





토끼를 키우면서 생기는 첫 번째 전쟁인 ‘화장실전쟁’은 나의 패배로 끝났지만, 피비가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아무 데나 오줌을 누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어 사람들이 ‘토끼는 똥오줌 가려요?’라고 물었을 때 ‘백 프로는 아니지만 가려요’라고 자신 있게 말하게 되었다. 피비가 아프기 전까지는 더 이상 피비 오줌 때문에 고민한 적이 없었고 응알 역시 몇 알 떨어뜨리는 거 외에는 늘 누던 장소에 거의 누었기 때문에 더 이상은 전쟁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저는 집에서 ‘치명’과 ‘요염’을 맡고 이토토요 :)


그러나 이 전쟁은 토끼와의 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는 것을 처음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저 귀여운 생물체구나!라고만 생각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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