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북경을 다녀오다.

성인이 되고 한참 지나서야 오게 된 북경.

by 낭말로

2025년 10월 23일 금요일, 초등학생 때 가족과 같이 다녀온 이후 무려 14년 만에 북경을 다시 찾았다. 성인이 되고 한참 지나서야 오게 된 북경. 이번에는 북경에서 아직 공부하고 있는 절친을 만나러 오게 되었다. 중고등학교 때 중국에서 같이 유학하며 만나게 된 오래된 친구이다. 솔직히 이 친구가 아직 중국에 있지 않았다면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에서 머물며 무언가를 하는 친구들이 이제는 거의 없기에 중국으로 다시 여행을 갈 명분이 전혀 없긴 했다. 그래도 이 친구 덕분에 중국이라는 나라를 처음 경험하게 됐던 북경을 다시 오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본격적인 중국 유학을 하기 전에 갔던 곳이 북경이었다. 솔직히 기억이 가물가물할 만도 한데 아직도 몇몇 추억이 생각나는 곳이었다. 그때는 만리장성과 자금성을 돌며 유명 관광지를 갔었다. 신기하게도 상해와 동관 쪽에서 유학을 대략 7년 정도 하면서도 북경을 놀러 갈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원래 어렸을 때만 해도 북경에 몰려있는 일류 대학 ( 베이징대, 칭화대, 인민대 )들 중 하나 들어가서 유명 기업에 들어가는 게 꿈이었는데 공부를 잘 안 했던 탓도 있을 테고 그 뒤로 대학을 가게 된 곳은 상해였다. 물론 상해에서 다닌 학교도 매우 좋았고 너무나도 행복했다. 부족함이 전혀 없었던 곳이었다. 아마 인생 최애 장소를 꼽으라 하면 무조건 상해를 말할 정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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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번 여행은 친한 형도 함께 했다. 형과 이 친구, 나 우리 셋은 딱 2년 전인 2023년 이맘때쯤 상해에서 한 번 만나서 여행을 했었다. 그때 친구는 북경에서 기차를 타고 상해로 왔었다. 그때는 코로나가 끝나고 정말 오랜만에 중국을 가는 거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셋이 전부 상해로 대학교를 갔었기 때문에 추억이 가장 많은 곳이 상해나 다름없었다. 이번 북경도 정말 설레는 기분으로 갔다.

여행을 가기 전에 매번 설레는 마음과 걱정이 크다 보니 항상 잠을 못 잔다. 그래서 이날에도 잠을 한숨도 못 자고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향했다. 오후 2시 반 비행기였다. 아침에만 커피를 세 잔을 때렸다. 가을 코트를 입었는데 코트를 입기에는 좀 더웠다. 짐 덩어리 하나 생겼다고 체념하며 코트를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비행은 2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북경이 이렇게나 가까웠어? 진작에 올 걸 ”이라는 생각을 엄청 했다. 베이징 수도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형과 나는 택시를 타고 친구가 보내준 양꼬치집 주소로 향했다. 북경에서 유학했던 또 다른 친구가 알려준 엄청난 맛집이었다.

진짜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양고기 중에 최강이었다. 양을 애초에 잘 못 먹는데 진짜 너무 맛있어서 몇 꼬치를 먹었는지 모르겠다.

양도 양인데 새우가 으뜸이었다. 와 아직도 맛이 혀에 맴돈다.

오자마자 맥주를 마셨다. 친구가 칭다오 맥주를 가지고 왔는데 우리가 흔하게 먹는 그 칭다오와는 전혀 달랐다. 보관 기간도 7일 밖에 안되고 공법도 일반 맥주들과 다른 바로바로 금방 먹어야 하는 생맥주 중에 생맥주였다. 맥주병도 기존과는 달랐다. 맛은 진짜 대박이었다. 아 한국에도 이런 맥주 있으면 얼마나 좋으려나…만들어 주세요 우리나라 맥주회사분들ㅠㅠ

저녁을 대강 먹고 친구가 다니고 있는 칭화대로 잠깐 들어와서 기숙사도 보고 저녁 캠퍼스를 잠깐 둘러봤다. 어차피 마지막 날에도 올 거 였어서 대충 돌아다녔다. 대학생들을 보니 간만에 중국 대학교 생활도 생각나고 좋았다. 칭화대는 아시다시피 국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서 그런지 들어갈 때도 예약을 하고 여권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재학생인 친구 덕분에 순조롭게 들어갈 수 있었다. 캠퍼스는 진짜 어마 무시했다. 넓어도 너무 넓었다. 학교 안에 있는 마트로 가서 유학시절 자주 먹었던 컵라면을 샀다. 하도 먹었어서 그런지 맛이 저절로 떠올랐지만 생각나는 김에 챙겼다.

칭화대 시그니처 색깔은 보라색이라고 한다. 왜인지는 안 물어봤다ㅋㅋㅋ

드디어 호텔로 왔다. 친구가 예약을 한 호텔이었는데 참 깔끔했다. 사진에 있는 로봇은 투숙객들이 시킨 배달음식들을 가져다주는 로봇이다. 앞에 서면 자동으로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층수도 자동으로 입력이 돼서 가져다주는 듯했다. 2년 전 상해 호텔에서도 배달 주문을 했을 때 저런 로봇이 배달을 해줬었다.

호텔 방은 기가 막혔다. 복층에다가 화장실도 두 개이고 참 아늑하고 좋았다.

우리는 방에 들어와 맥주와 안주를 배달 주문하고 티비를 잔잔하게 키고 먹기 시작했다. 안주는 북경 오리를 주문했다. 그렇게 먹어댔는데 또 들어갔다. 친구가 백주와 위스키를 들고 왔길래 그 술까지 엄청 때려부었다.


둘째 날 11시, 친구가 점심으로 배달을 시켰다. 닭 요리였는데 기가 막혔다. 저절로 해장이 됐다.

점심을 먹고 바로 자금성으로 향했다. 자금성도 예약을 하고 갔다. 친구가 예약을 해주어서 순조롭게 갈 수 있었다. 이날 찍은 사진이 너무 많아서 같이 못 올리고 따로 올리려고 한다. 정말 거짓말 안 하고 19000보 정도 걸은 날이었다.

자금성과 그 주변을 다 돌고 오게 된 훠궈 집. 친구가 전에 오려다가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했다고 하길래 바로 들어갔다.

약간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던 훠궈랑은 좀 달랐다. 신선로 스타일의 훠궈였다. 로컬들이 가득한 곳. 이곳이 찐이구나 싶었다.

진짜 별의별 걸 다 주문했다. 이날 하도 걸어서 그런지 맥주를 마시는데 엄청 꿀맛이었다.

친구와 형의 뒷모습

훠궈를 잔뜩 먹고 근처 주변을 또 엄청 돌아다녔다. 이날 대체 얼마를 걸었으려나.

그렇게 먹고 다시 호텔로 와서 술을 잔뜩 먹었다. 첫날에 먹은 칭다오가 너무 먹고 싶어서 1리터짜리 6병이 들어간 걸 두 박스나 배달로 시켰다. 거의 뭐 술고래였다. 마지막 날인데도 불구하고 새벽 4시까지 먹었다.


칭화대 앞에서 셋이 찍은 사진

새벽 4시까지 술을 먹는 바람에 오후 12시 반에 일어났다. 저녁 6시 반 비행기인데 학교도 넓어서 돌아다니기에 시간이 엄청 촉박했다. 2시간 정도 짧고 굵게 학교를 돌아다녔다. 친구가 공부하는 곳도 보고 엄청 이쁜 연못도 보고 참 좋았다. ( 이날 찍은 학교 사진도 따로 올리려 한다. ) 우리는 오후 4시쯤에 바로바로 택시를 불러 공항으로 향했다. 시간이 촉박한지라 걱정이 됐는데 다행히 오후 5시쯤 도착을 하고 체크인을 했다.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걱정한 거와 다르게 입국심사도 빨라서 바로 들어갔다.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1시간 40분 밖에 안 걸렸다. 이날 조금 불상사가 생겨서 비행기가 연착이 되었는데 잘 도착해서 다행이었다.

이번 북경도 2년 전 상해와 똑같이 짧고 굵게 아주 알차게 다녀왔다. 너무나도 행복했던 여행. 언제 또 이곳을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자식이 생기면 또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찐친들과 함께한 이번 여행, 아마 아주 오랫동안 이날을 추억하게 되겠지.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차근차근 정리해서 올려야겠다. 이로써 이날의 북경 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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