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캠핑카Ⅱ

1달러면 충분해

by 낭만찬

그렇게 부풀어 올랐던 자신감이 타국에 오자마자 거품처럼 사그라들어 위축감으로 변해 있을 줄이야. 잔뜩 움츠러들어 있던 나를 다시 일깨우는 데에는 1달러면 충분했다.


하루에 1달러만 내고 호주에서 캠핑카를 직접 운전하며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렇게 빨리 외국에서 운전을 해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혹시나 해서 가지고 왔던 국제운전면허증과 자동차 정비의 경험이 이젠 나를 일깨우는 처방전이자 나의 자신감을 올려줄 특효약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드는 생각! 근데 차를 빌리는데 1달러라고? 대답은 Yes! 정말 1달러이고 지금도 그 가격은 그대로다.(보험 비용은 별도) 한국에서는 ‘1달러 캠핑카’라고도 불리는 이 시스템의 정식 명칭은 ‘Relocation car’라는 제도로 편도 반납된 렌터카를 허용된 시간과 거리 내에서 1달러만 지불하고 원래 위치로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output_3714463379.jpg 1달러 캠핑카 imoova 사이트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호주 시드니에서 캠핑카를 빌려 여유롭게 여행하고 멜버른에서 차량을 반납한 후 떠났다면 해당 차량을 누군가 원래 있던 시드니로 반납해야 한다. 렌터카 업체에서는 이걸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사이트(대표적으로 imoova, transfercar)에 픽업 장소와 반납 장소, 허용된 날짜와 기간, 차량의 종류 등을 기재하고 운전이 가능하면 누구라도 해당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후 업체의 승인 메일이 오면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렌터카 업체에서는 인건비를 아낄 수 있어 좋고, 여행자들은 1달러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다소 시간은 빠듯하지만) 승용차, 트럭, 캠핑카까지 다양한 종류의 차를 직접 운전하며 여행할 수 있어서 좋다.


LRG_DSC00514.jpg 호주에서 1달러에 빌린 첫 렌트카


처음 호주에서 1달러에 빌렸던 자동차는 공교롭게도 현대의 아반떼였다. 도로와 운전석이 반대인 이곳에서 그나마 친숙한 아반떼는 적응하기에 제격이었다. 업체에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필요한 서명을 한 후 차를 받았다. 시동을 걸고 처음으로 호주의 도로 위에서 액셀러레이터 밟는 순간 잠자고 있던 나의 세포들이 그제 서야 깨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네비에 표시된 직진 약 350km. 광활한 호주의 대자연과 때마침 흘러나오는 싸이의 ‘낙원’이란 노래. 그래 이거였다. 여기가 낙원이야. 하루 종일 운전할 수 있을 것 같은 엔돌핀이 뿜어져 나오고 그날 우린 차 안에서 미친 듯이 들썩이며 노래를 부르며 호주를 누비고 있었다.


호주 ‘케언즈’에서 6일간 1,786km를 이동해 반납 장소인 ‘브리즈번’에 도착했다. 여행 온 지 3주가 지나서야 비로소 난 여행다운 여행을 하게 되었다.


“정인아? 너 케언즈에서 브리즈번 자동차로 이동하는 거 어땠어? 힘들지 않았어?”

“나 괜찮았어. 근데 네가 너무 운전을 오래 해서 힘들까 봐 걱정이지”

“아냐 난 정말 괜찮아. 너만 괜찮으면 우리 이렇게 계속 자동차 여행해 볼까?”

“너무 힘들지 않겠어?”

“나? 전혀! 나 지금 심장이 막 두근거려. 자동차로 여행할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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