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avorite
세계여행이란 미명하에 처음 도착한 호주에서 부끄럽게도 난 긴장하고 기죽어 있었다.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하기도 영 자신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알아보고 여행을 이끌어가는 부분에서도 정인이가 거의 전담하다시피 했다. 나는 내가 이리도 불안도가 높고 자립도가 낮은 사람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시급했다. 그리고 그 해답은 생각보다 쉽게 또 매우 싸게 해결되었다. 그건 내가 가장 자신 있어 하고 좋아하는 것을 먼저 해보는 것!
○ My Favorite
전 직장은 그 당시 나의 기준에서 연봉도 복지도 그리고 위치한 곳도 모두 만족스러운 곳이라 고민 없이 지원하였고 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자신의 직업을 선택한다고 믿었다. 그랬기에 회사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불만이 없었지만 중요한 건 거기엔 ‘내’가 빠져있었다. 난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지?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이 있기는 한 걸까? 왜 난 지금까지 이 고민을 하지 않고 무작정 대기업에 입사 원서만 기계적으로 넣어왔던 것일까? 4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이미 뒤늦은 것만 같았던 생각의 꼬리표는 내가 그만두자마자 그 꼬리를 치켜세우며 나를 채근했다.
“지금이 그 기회야! 네가 좋아할 것 같은 일을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
어릴 적부터 나는 자동차를 좋아했다. 그래서 어릴 적 꿈은 ‘좌석버스 운전기사’였다. 일반버스 보다 더 쾌적하고 편안하게 앉아서 가는 좌석버스를 운전하며 도로에서 내가 좋아하는 차를 지겨울 만큼 계속 볼 수 있다는 순수한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때가 훨씬 더 메타인지가 높았던 것 같다. 어떻게 초등학생이 저런 기발한 생각을 하지? 꿈이 너무 구체적이고 재밌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꿈에 중심에 내가 있잖아!라고 그 당시에 나를 만날 수만 있다면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꿈은 내가 중학생이 되고 학교 성적이 좋아지면서 점차 후순위로 밀려나게 되었고 시간을 지나오며 나의 진로는 그렇게 ‘일반적이고’ ‘재미없으며’ ‘많은 사람들이 희망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전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가기까지 약 5개월의 값진 시간이 주어졌다. 난 이 시간을 단지 여행을 준비하는 데에만 쓰고 싶지 않았다. 이제라도 내가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해보는 경험에 목말라 있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자동차 정비 학교’였다. 국비지원이라 오히려 배우는 데 별다른 비용이 들지도 않아 바로 등록했다.
난 그곳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나의 시간과 열정을 쏟았다. 아침부터 밤까지 혼자서 차를 뜯어서 조립하고 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엔진을 분해하고 타이어를 갈아 끼우며 미래에 나의 차를 직접 정비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좋아하기도 했다.(그 당시에 나는 차가 없었다) 그렇게 몰입한 덕분에 난 누구보다 빨리 ‘자동차 정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이제 웬만한 자동차는 왠지 내 손으로 고칠 수 있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부풀어 올랐을 무렵 우리는 세계여행을 시작하는 첫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