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둘째의 학부모 상담을 다녀왔다.
입학 후 1주일 만에 바로 로마로 체험학습을 쓰고 다녀오느라, 공개수업도 참여하지 못한 터라
대면 상담을 신청했고, 첫 타임으로 다녀왔다.
지온이… 체구가 작은 것과 아직 한글을 떼지 못한 것. 그 두 가지 빼곤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걱정할 틈이 없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내 걱정은 오로지 큰 아이에게 쏠려있으니)
연년생 오빠 덕분에 눈치도 빠르고 모든 게 빨라서 11월생임에도 어디 가서 느리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 한글은 아직도 ‘아’와 ‘이’를 헷갈려하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긴 한국인데, 그리고 사교육 시장의 중심지에 주거지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데,
핀란드 교육이 맞는 거라며 되도 앉는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방치 아닌 방치를 했던 둘째 지온이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학습지를 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스스로 한글을 마스터하고 학교 과정에 잘 따라가는 첫째를 보며 그 모습이 초등학교 1학년의 정형화된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학습 부진, 받아쓰기 10문제 중에 3문제를 맞힌 아이는 지온이가 유일했다.
<우리나라> 단어도 제대로 못썼다는 이야기에 죄책감이 들었다.
아… 나 때문이구나…
집안일에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에
할 일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 엄마인데
두 아이 학교 공부까지 봐주려니 짜증이 폭파 직전이다.
더군다나 로마마라톤 이후에 체력이 말이 아닌 상황.
꾸역꾸역 하루를 살고 있는데, 지온이까지 초등학교에 올라가면서 두 아이 공부, 숙제를 모조리 내가 봐줘야 한다는 사실이
버거워서 미칠 것 같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영락없이 <나의 엄마>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화가 주체가 안 되는 상황.
똑똑… 문을 열고 서원이가 들어왔다.
지우개가루 흡입 기계를 가져오더니
스위치를 원, 투를 누르고 세기를 조정하고는 이내 꺼버렸다.
“엄마, 지온이는 지금 (흡입되지 않는) 이 상태야.
나는 일 단계, 엄마는 이 단계. 지온이도 열심히 하면 일 단계가 될 수 있어 “
갑자기 부끄러웠다. 미안한 마음이 들고 윽박지른 자신이 부끄러웠다.
지온아… 미안해.
너도 엄마 입을 세게 3대 때려!
(운다고 자신 없어한다고 니 입을 때린 엄마를 똑같이 때려…)
지온이에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에 너도 똑같이 엄마 입을 3번 때리라고 말하니
지온이가 알았어! 하며
내 입술에 뽀뽀를 3번 쪽쪽쪽한다.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