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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 목감기

by 김주임

어제 슬슬 침 삼키는게 신경이 쓰이고 으슬으슬 추웠다. 온수매트를 찜질방 처럼 틀어 몸을 데워보아도 춥기만 했다. 오늘 친구들과 사장님의 건강 문제로 폐업하는 내 인생 후라이드를 먹으러가기로 했는데, 몸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갑자기 비타민도 먹고, 종합 감기약 먹고, 배도라지즙 먹고, 안 먹던 뜨뜻한 물에 이온음료도 벌컥마셨다.


몸은 내 갑작스러운 정성을 받아주지 않았다. 목에 아파 뒤척이기를 몇번. 그래도 출근 한다. 내 첫 직장부터 배웠던 원칙이 하나 있는데, '아파도 회사에서 아프자.'였다. 급성 장염이 걸려도, 요로결석으로 발 한 걸음 떼기가 죽겠어도 일단 출근을 했다. 오늘도 역시 출근을 먼저 했다.



"대리님. 저 목소리가 안나와요. 어제 저녁부터 목이 따끔거리기는 했는데 아침에 붓더라고요.집에서 코로나 키트 검사는 해봤는데, 코로나는 아니래요"


"어우 김주임. 가까이 오지마. 병원을 먼저 가야지"


"오! 그래도 되나요?"


"응응 빨리가 아침에 빨리"



넓은 아량으로 첫번째 순서로 진료를 받고 빠르게 사무실로 돌아왔다. 열은 나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오늘 따라 전화는 왜 이렇게 많이 오는건지 아무래도 내가 목감기에 걸렸다는게 소문이 났나보다.



"어우 오늘 김주임 목소리 너무 간지러워. 전화 받지마"


'나이스'


"O대리, 우리 김주임 목소리 이런데 마음도 안쓰여? 전화도 좀 받아주고, 입주민 오면 응대 좀 해"


'오!! 장난 아닌데'


"과장님이랑 부장님도 그렇게 안 바쁘면, 좀 도와줘요."


'헐 대박인데'



자주 쓸 수 있는 방법도 아니고, 원한다고 쓸 수 있는 방법도 아니만... 전화를 안받도록 배려를 받는 하루라니. 이정도면 아픈것도 가끔은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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