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묘한 일이 일어나는 세상
10명도 채 모여 있지 않은 사무실에서도 파벌이 있고 눈치 싸움이 있다. 50여 가구가 듬성 듬성 모여있는 시골 마을 안에서도 친했다가 멀어졌다 지지고 볶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약 1000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면 어떨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1000개라는 숫자가 주는 압박이 있다. 어쩌면 가늠도 되지 않는 숫자가 아닐까? 가장 가깝게 피부로 와 닿는 예시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스레드 엑스와 같은 SNS의 팔로우 1000명을 모은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어느정도인지 느낌이 올 것 같다. 1000명의 팔로우를 모으기 위해 챌린지를 하고 태그를 건다. 이 인원이 모이면 흔히 말하는 SNS의 수익화가 실현이 되는 꿈의 숫자다.
1000개의 숫자가 나의 게시물에 집중하는 팔로워나 구독자가 아니라 집을 말하는 것이라면 꼭 꿈의 숫자는 아닐 수 있다. 지지고 볶는 요지경, 혼돈의 카오스 그 자체일 수 있다. 이런 혼돈의 세상은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 그 세상은 바로 아파트다. "단지가 소박하네" 하면 6~700개의 세대가 모였고, "어유 아파트가 왜 이렇게 높아" 하면 1000여 세대 모였다. "단지가 크네" 싶다면 약 1300~1500개, 높고 빽빽하고 부지도 넓다면 2000여개의 세대 모여 있다.
회사에 다니면서 볼 듯한 성격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이 자그마치 1000개다. 뭐든지 불평하는 사람, 이러거나 저러거나 잠만 자고 나오는 사람. 친화력이 좋아서 이 팀 저 팀 회식에 다 참여 하는 사람. 이리 저리 말 옮기는 사람. 소소하게 놀려고 했는데 어느새 사회자로서 사람을 모이게 하는 사람. 꼼꼼해도 너무 꼼꼼해서 혀를 내두를 정도의 사람. 호기심이 많은 사람. 굉장히 섬세해서 작은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사람. 올곧아서 누가 뭐라고 해도 해야 할 말은 죽어도 해야 하는 사람. 일거수일투족 일어나는 일마다 사진 찍고 SNS에 공유하는 사람. 1원도 계산이 안맞으면 안되는 사람 이제 막 태어난 아기. 그 아이가 자라서 기어다니고 걷고 뛰고 '엄마'라고 부르는 영화같은 성장과정. 아침마다 등하교 통학버스를 타는 유치원 생과 초등학생. 예쁘게 만나는 커플들.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인 아파트는 배려가 필요하고 무던함이 필요한 것 같다.. 뉴스에서도 몇 번은 들어봤을 층간소음으로 간단하게 상상을 해보자. 1층에 사는 주민이 아니라면, 많은 주민의 발 아래 사람이 살고, 정수리 위에 사람이 산다. 한정된 땅에 천 세대가 살려면 위 아래로 옹기종기 모여 살 수 밖에 없다.
너무나 옹기종기 모여 살아서 어느 방에서 나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다. 밥을 먹기 시작하는지 드르륵 의자 끄는 소리가 나고 얼마후 또 드르륵. 밥을 다 먹었나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기 울음소리만 간간히 들렸는데 이제는 오도도도도! 작은 울림이 들린다. 남의 아이는 그렇게 빨리 큰다더니 벌써 걸음마를 끝내고 달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나보다.
약간의 소음을 참아주고, 식탁 의자의 소음을 줄여주는 스티커나 커버를 달고 얇은 슬리퍼 보다는 쿠션감이 있는 슬리퍼를 착용한다. 아이가 있는 경우 도톰한 매트를 깔아준다. 사실 매트를 깐다고 해서 어린이들이 뛰는 소리가 아예 안들리는 것은 아니다. 콩콩콩 이런 소리가 공공공 이렇게 들리는 정도다. 하지만 노력을 하는 것이다. 아랫집을 생각해서 말이다.
아랫집 역시 위에서 소음이 너무 심하다고 바로 세대간 호출을 하는 것 보다는 정말 윗집에서 그러는 건지 확인이 필요하다. 내가 들었던 이야기 중에는, 혼자 사는 주민이 해외로 출장을 갔는데 층간소음으로 신고를 한다. 새로 지은 아파트에 유령이 사는걸까. 간단한 방법으로는 층간소음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시간대에 발생한다면, 의심되는 윗집에 불이 켜져 있는지부터 확인 하는 것이다. 불도 안켜졌고 사람 소리도 안들린다면 마냥 윗집이 층간소음의 범인이라고 할 수 없다.
층간소음 이 하나만 이야기 했는데도 요지경이라는 것이 여실히 느껴 질 것이다.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윗집에서 나는 줄 알았는데 집에 아무도 없는 상황이라면 도대체 소리의 진원지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누구에게 화풀이를 해야 할까.
무엇보다 이런 주민의 고충을 듣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 좋은 생각이 있다면 좋은 사례가 있다면 공유를 부탁한다. 댓글도 좋다.
내 소중한 머리카락을 그만 쥐어뜯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