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coffee) + 사무실(office) = 코피스(Coffice)
오늘, 일요일인 만큼 늦잠을 자고 밀린 예능과 설 연휴 기간동안 쌓인 먼지들이 눈에 거슬린다. 거슬리지만 안경을 벗고 외면한다. 온수매트를 강하게 틀고 커다란 이불을 덮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예능을 본다. 경쟁도 없고 눈치 싸움도 없다. 남을 깍아내려 본인이 올라가는 중상모략도 없다. 그저 하루 세끼 밥을 잘 차려 먹고 무엇을 먹을까 어떻게 먹을까를 고민하며 세상 부럽게 돈을 벌고 있는 그들을 본다. 배고픔은 마트에서 처음 본 과자와 우유로 배고픔만 잊으면 그만이다.
눈 앞에 달콤한 코코넛 과자와 우유, 나를 안아주는 따뜻한 이불, 안온한 내용의 예능까지. 몸이 편안한 나의 완벽한 것 같은 방학이다. 몸은 편한 방학.
하지만 마음이 미칠 것 같다. 이제 마감이 26일 남았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폐에 공기가 차고 배까지 빵빵하게 숨을 들이킨다. 풍선이 부풀어 오르듯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장부터 끓어오르는 숨을 천천히 뱉는다.
"몸만 편하지 마음은 가시밭이야."
계약을 하였음에도 놀기에 이 한 몸뚱이를 불사르던 나는 모든 것을 불태우고 바람만 불면 형체도 없이 바스러지게 생겼다. 진짜 바람에 바스러지기 전에, 수습 할 수 있을 때 수습을 해야한다.
예능을 끄고
눈 앞에 남은 과자 하나와 우유를 마시고
온수 매트를 끈다.
이불을 대충 정리해 한 쪽에 모셔두고
아무렇게나 옷을 입고 나온다.
혼자 나오기는 억울해서 남편을 끌고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초밥을 먹고 그대로 카페로 향한다. 어린 애들이 별로 없고, 나처럼 뭔가 해야하는 사람들이 잔뜩 모인 곳. 간판에 초록색 여자 그림이 있는 글로벌 커피 가게로 나를 던져 넣는다. 남편은 나에게 휘말려 같이 들어왔다. 아니 가뒀다.
요 며칠 비싸지만 와서 앉아있어보니 글을 하나 다 쓰고 저장을 한다. 익을듯 뜨거워진 머리는 시원한 얼음 조각을 와작 씹으며 식히고, 키보드 위를 적당히 날아다니던 손은 웹툰을 보면서 식힌다.
사실 눕고싶다. 굉장히 강력하게 눕고 싶지만 여기는 누울수도 없고 자리도 마땅치 않다. 무엇보다 나처럼 노트북을 타닥거리는 사람들. 책을 읽는 사람들. 노트에 공부하는 사람들이 나를 자극한다. '내가 저 사람은 이겨야지' 이런 경쟁심리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해야할 일을 그들이 다시 상기시켜준다.
나는 창가자리를 좋아한다. 시계를 안봐도 시간의 흐름이 보이고 문든 뭐에 바쁜지 움직이는 차들로 시선을 환기 시키거나 웃긴 아이디로 주문을 하고 그런 아이디를 아무렇지 않게 부르는 직원들의 적당한 소음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대신한다.
적당히 비싼 커피 가게에 스스로 가둔 나와 억지로 갇힌 남편은 각자의 할일을 하면서 벌써 몇시간을 앉아있었는지 모른다. 그 결과 나는 a4 용지로 3~4장의 내용을 적었고, 다음에 쓸 내용을 정했다. 이번에는 비교적 따뜻한 이웃의 정이 있는 내용이다. 내가 적고 있는 책에서 따수운 내용은 별로 없다. 직장이 뭐 다 그렇겠지만. 어떻게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린 시간동안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결과치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커피숍에 와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감성적인 사람임에도 공부를 할거라면 집이나 도서관에서 하면되지 굳이 커피숍을 가야 하는 이유를 이해 못했었다. 막상 노트북을 가지고 창의적인 일을 하려니, 집에서는 갑자기 오만 할 일들이 눈에 거슬리고 도서관 일반석에서는 노트북을 하면 안된다고 주의를 받았다. 키보드 소리가 거슬린다던가. 그리고 잠시 엎드려 졸아도 별 죄책감이 없다.
카페는 달랐다. 적당한 소음과 나랑 비슷한 사람들로 가득찬 공간들이 주는 가벼운 압박. 돈을 내고 들어왔다는 아까움. 자연스러운 소음과 바깥 구경들이 적당히 집중력을 올려주었다. 오늘만 봐도 a4용지 3-4장과 다음 내용을 정한 쾌거를 이루지 않았나.
깊이 이해합니다. 슨배님들. 다 집에서는 안되고 도서관은 못가고 그렇다고 스터디 카페를 가기에는 적당한 소음이 필요하셨던게지요. 코피스라는 단어를 만드신 영민함에 저는 감탄을 감추지 못하겠나이다. 호호호
이런 기쁜 마음으로 다음에 동그라미 아파트 김주임의 다음편은 [아직 살만 한 세상이더이다] 라는 주제로 잡았나이다. 기쁜 마음에는 몽글몽글한 주제가 어울리지 안겠습니까. 어찌 한번 들어와 읽어보시겠나이까? (유혹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