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알아버린 철부지
이제는 어른이라 자부했지만 사실 세상물정 모르는 꼬꼬마였던 대학교 1학년, 3월, 9월만 되면 엄마가 내게 항상 닦달하던 게 있었다. 바로 등록금 납부영수증이었다. 당시 엄마 회사에 등록금 영수증을 내면 10만 원을 지원해 줬던가,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절대 까먹으면 안 된다고, 잊지 말고 꼭 받아오라고 어찌나 거듭 당부를 하던지, 그저 잔소리로만 들렸던 나는 그럴 때마다 "아 알았다고~!!" 하며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만 해도 등록금 납부영수증은 학사지원팀(?)에 직접 방문해 수령해야만 했기에, 꽤나 귀찮은 게 사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사달이 났다.
'헐!! 오늘은 꼭 받아와야 된다고 했는데...!!!'
상황을 알아차렸을 땐 이미 늦었다. 결국 그날 엄마한테 욕을 바가지로 먹어야 했다.
"땅을 파봐라!! 10원 한 장이 나오나!!!"
철부지 딸내미는 '그거 한번 까먹었다고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야?' 생각하며 입을 삐죽였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철부지도 월급쟁이가 되었다.
우연히 철부지의 눈에 띈 회사 공지글.
'자녀 학자금 지원 안내'
아직 자녀가 없어 해당사항이 없지만 자석에 끌리듯 자연스레 글을 클릭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 10만 원이 얼마나 꿀 같았을지 이제는 알 것 같네..'
철부지는 가만히 읊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