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먹자골목
중년 여자가 밥을 푸고 있다
식당가 촘촘한 맛집 틈에
가정식백반이라니!
밥주걱 하나로 노 젓듯 건너는
여자의 하루, 단순하다 못해
몽매蒙昧해 보인다
그럼에도 나는
중세 풍 그림 속 농부 같은
밥 푸는 여자가 좋다
쌀 한 섬 번쩍 들어 올릴 듯
굵은 허리와 팔뚝
아기 열 명쯤은 키워낸 듯한
넉넉한 가슴이 좋다
묵은지처럼 축 쳐진 날
가정식백반 집에 간다
꾹꾹 눌러 담은 밥 인심 같은
고향냄새 맡으러 간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어무이 같고
누부야 같고 촌닭 같은
밥 푸는 여자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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