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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푸는 여자 이영식

by 진순희
캡처-밥.PNG 출처: https://news.suwon.go.kr/?p=40&page=1&mode=blog&viewMode=view&reqIdx=136288873394355960




밥 푸는 여자


이영식



신사동 먹자골목

중년 여자가 밥을 푸고 있다

식당가 촘촘한 맛집 틈에

가정식백반이라니!

밥주걱 하나로 노 젓듯 건너는

여자의 하루, 단순하다 못해

몽매蒙昧해 보인다


그럼에도 나는

중세 풍 그림 속 농부 같은

밥 푸는 여자가 좋다

쌀 한 섬 번쩍 들어 올릴 듯

굵은 허리와 팔뚝

아기 열 명쯤은 키워낸 듯한

넉넉한 가슴이 좋다


묵은지처럼 축 쳐진 날

가정식백반 집에 간다

꾹꾹 눌러 담은 밥 인심 같은

고향냄새 맡으러 간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어무이 같고

누부야 같고 촌닭 같은

밥 푸는 여자가 좋다




이영식 선생님.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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