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국화 장례식 이 영식

by 진순희


캡쳐.png 출처: https://bit.ly/3tfShRR





수레국화 장례식


이 영식




甲의 장례식이다.


영안실 복도에 다발로 묶인 국화 꽃숭어리가 수레바퀴처럼 둥글게 엮여 이박삼일 이승의 시간을 말리고 있다.


삼삼오오 몰려온 문상객들.

영정 속 망자 얼굴보다 입구에 늘어선 조화의 개수와 검은 리본자락에 박힌 꽃의 출처에 더 많은 눈길을 던진다.

구두는 밟히고 뒤집히고 슬쩍 바뀌기도 하지만 수레국화는 향기의 처소였던 골격을 유지한 채 부동자세다. 허공에 꽃피웠을 때 누렸던 호사는 등뒤 철삿줄로 꿰어 가뒀다.

호시절, 그 많던 나비 떼는 한 마리도 찾아오지 않는다. 햇볕도 바람도 방명록에는 빠졌다.


억척으로 쌓은 재물 써보지도 못하고 억울해서 북망산 어이가시나. 수다꾼들의 빈정거림 끝자락에 어느새 비의가 깃들인다.

가끔 화투패가 튀어 청풍명월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누렇게 말라가는 국화 꽃술들은 향낭에 지녔던 기억을 까마아득 지울 뿐이다.

삼일장, 왁자함 뒤로 하고 영구차 빠져나가자 직립으로 서있던 꽃들은 순식간에 파쇄기로 끌려가 머리부터 들이박힌다.

가가기긱-곡비처럼 우는 기계음 속으로 수레바퀴들이 탈탈 털려 들어가고 있다. 乙의 장례를 완성시킨다.



캡쳐-꽃의 정치.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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