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의 그물망에 가만히 갇혀 잘 익어가기를 기다릴 밖에…
진순희
새해 첫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도착하는 택배, 이제는 내용물이 너무 뻔해서 뒷방 구석에 미뤄놓기도 하지만 어느새 코앞에 활짝 열려 떡국을 함께 먹고 있는 저 불청객 좀 보소
어릴 적에는 때때옷 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손꼽아 그를 기다린 적도 있었지 중늙은이가 되어서는 산으로 바다로 아무리 숨어도 귀신 같이 따라와 나이테를 덥석 내 목에 감아놓는 독한 녀석
이제는 더 이상 도망 다닐 기력도 없으니 배달꾼 없이도 정월 초하루 택배가 도착하는 대로 넙죽 주워 먹을 뿐이다 나이의 그물망에 가만히 갇혀 잘 익어가기를 기다릴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