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의 천국 이영식

by 진순희


출처: Pixabay




못의 천국


이영식



일개미의 장례식이다


기어이 동강 난 허리

화구(火口)를 지나온 등신 뼈 여남은 조각이 작별을 고한다

잠시 울음 바람 지난 뒤, 유리 막 건너편 마스크 두른 사내가 사각 쇠뭉치를 꺼내 든다


듬성듬성 남은 백골 틈에서 쇠뭉치 끝으로 우르르 달라붙는 검은 물체들(못이란다)

땅땅! 관 모서리에 박아 넣은 마침표, 이승과 저승을 가로막은 불가불(不可不)의 상징이다


지구라는 공(球)을 굴리던

아버지라는 공, 남편이라는 공, 대리 과장이라는 공 ……

뼈 주사 한번 맞아 본 적 없이 공만 굴리던 일개미의 뼛가루는 찬송가 291장 펼쳐 요단강으로 흘러드는데


제 삼자(三者 )인 나는 못의 행방이 궁금하다

지남철에 딸려 간 그 쇳조각들 틈에서 망자의 가슴에 박혔던 못 몇 개 얼핏 본 듯도 하다


날마다 재생산되고 소비되는 못,


못은 하늘에 들지 못한다

못은 지상이 천국이다

예수 손바닥에 박혔던 골고다의 못은, 이천 년이 지난 지금도 못 머리 흔들며 개미들의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이영식 시집, 『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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