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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가끔 나를 들여다보네
이영식
국도변에 낮달이 떴다
차고 나면 다시 텅 빈 것 같은 달, 무딘 칼날에도 쩍― 몸 열어 주는 아날로그의 달, 술빵 덩이를 쪄 내던 중 늙은이 사내는 낡은 포터 트럭 위에 낮술로 떨어졌다
비둘기 몇 마리 모여 구구대지만 말짱 날탕이다
돼지꿈이라도 꾸는지 히죽거리는 주인장 곁에 저 혼자 훈김 일으켜 호객 행위를 하는 달, 집 나간 누이 같은 달 조각 들여다보니 속살은 온통 울음주머니다 알 박힌 구멍 곳곳 바람이 훑고 갔다
어디선가 술술 술 냄새가 풀려 나온다 잘 읽어 지극하시다
바람 한 덩이를 베어 물었다 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낮달의 정처도 모르고 누이 간 곳도 모르고 무우수(無憂愁) 그늘로 떨어진 낮잠도 모르는 나는, 바닥을 친 자의 뒤통수 같은 술빵
헛물켠 세월의 허파에 이빨을 박아 보고 싶었다 나 없이 나를 통과한 바람 속에 한 번쯤 갇혀 보고 싶었던 거다
- 이영식 시집, 『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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