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고래에게 부치다 이영식

by 진순희



최초의 고래에게 부치다


이영식




고래들이 떼 지어 바닷가 백사장에 널브러졌다. 수백 마리 난쟁이밍크고래가 머리를 육지로 향한 채 착하게 숨을 놓았다


고래야 그 옛날 땅위에 마지막 발자국 남기고 바다로 간 최초의 고래야 너는 어느 궁벽한 곳 난쟁이로 살다가 바다로 뛰어들었니


나는 너의 일탈과 무모함을 사랑한다 가당찮은 혁명을 사랑한다


땅을 벗어던지는 순간 몸속에 출렁거렸더 넋은 공포가 아니라 상상 한 상자, 난바다 떠돌다가 그 간절함이 신성(神聖)에 닿아 지느러미를 얻었다지


심해 산호초 사이 헤엄치며 먹이를 구하지만 폐호흡을 고집하는 고래는 끝내 물고기가 아니다


콧구멍을 정수리로 밀어 올려붙여 허공을 숨 쉬고 햇빛과 바람과 흙내가 피돌기하는 너는 대지의 유전자를 품느니


구백 킬로 밖 음파의 진동까지도 느낀다는 고래야 소리로 보는 너의 시안(詩眼)을 사랑한다 새끼에게 젖을 짜 먹이는 포유를 사랑한다


난쟁이고래, 너는 백설공주와 일곱 장난꾼들의 집이 궁금해 주검까지 육지로 밀고 와 건들바람에 풍장을 치르는 게로구나


-이영식 시집, 『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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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미래교육원에

이영식 시인의 "토닥토닥 시 창작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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