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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ul 21. 2023

글쓰기의 비밀 병기, 트리트먼트를 아시나요?




머리에 영양을 주는, 그 트리트먼트가 아닙니다. 글을 쓸 때 활용하는 기법입니다.


Treatment: 산문식으로 서술된 영화나 드라마의 줄거리를 말합니다. 

줄거리를 구체적으로 확장시킨 내러티브의 시놉시스라고 나 할까요. 글의 골조를 세우는 과정을 트리트먼트라고 이름 붙여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글의 뼈대를 만드는 거지요.



© axpphotography, 출처 Unsplash


지난 금요일 개인 수업을 받는 K 작가님과 트리트먼트 관련해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다음은 글을 쓰기 위한 트리트먼트입니다.




가게 안의 가게가 세 개입니다
샵엔샵도 아니고 ‘가게 안의 가게가 세 개’라는 것이 궁금하시죠.
-가게 세 개에 대한 설명
1.매장-일반적인 식당
 2.배달-메뉴 신청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바로 시작할 수 있었음
선점하다보니 독점할 수 있었음. 리뷰가 쌓일 수 있어서 선택할 확률이 높았음
3. 택배-밀키트 설명.
스마트스토어로 옷을 사듯이 음식을 구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음
세 개의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됐음.
만일 일반적인 식당영업으로 세 개를 운영했다면 힘도 들고 고정비도 많이 들었을 것.
고단하지 않고, 고비용이 들지 않았음.
어찌보면 우연으로 만들어진 기회처럼 보일 수 있음.
공부의 끈을 놓치지 않다보니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준비할 수 있었음.



© rowanfreeman, 출처 Unsplash


이렇게 트리트먼트를 쓰고 나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지요.

아래의 글은 K 작가님이 트리트먼트를 토대로 후딱 글 한 편 쓴 것입니다.







가게 안의 가게가 세 개


나는 가게를 세 개 하고 있다. 가게 안 가게는 아니고 ‘가게 안의 가게가 세 개’라는 것은 뭘까?

세 개라는 것은 매장과 배달의민족 쿠팡 요기요와 같은 배달 그리고 택배 서비스인 밀키트를 말한다.


첫째 매장은 일반적인 오프라인 가게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다. 나역시 신가네 칼국수를 2002년에 처음 오픈할 때 식당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말 그대로 초짜였다. 그런데 주변 어디에도 식당을 한 사람이나 하는 사람을 알지 못했다. 자문할 곳이 없었다. 그야말로 맨땅에다 헤딩하는 격이었다.  


© emranyousof, 출처 Unsplash



가게를 열기만 하면 손님은 올 거로 생각했다. 처음 시작할 때였으니까 용기도 있었고 희망도 있었다. 그야말로 식당 해서 돈도 많이 벌 꿈에 부풀었다.

가게를 차려 놓았으니 손님은 자동으로 올 줄 알았다. 크나큰 오산이었다.



그때는 메뉴가 바지락칼국수 하나였다. 19ℓ 육수를 한 통 끓였는데 반도 못 팔고 나머지 육수는 버린 날이 허다했다. 바지락칼국수는 시원한 바지락 본연의 맛으로 먹는 것이라서 육수가 깔끔하지 않으면 맛이 없다.


같은 바지락으로 끓여도 어제 육수로 끓인 것과 오늘 육수로 끓인 맛이 다르다. 그날그날 끓인 육수로 국수를 끓여야 한다. 매일 육수를 버리다 보니 할 수 없이 육수 통을 작은 것으로 바꿨다.





꿈에서 깨어났다. 문만 열면 손님이 올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이곳에서 초중고를 나왔고 오래 살았고 아는 지인이 많으니 문제 없을 줄 알았다.

엄마의 말씀이 "내 동생 떡도 커야 사 먹는다"라고 하셨다. 내 동생이 떡집을 해도 동생 집이라서 가는 게 아니라 뭔가 좋은 게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싸고 맛이 있어야 된다는 이 말씀을 가슴에 새겼다.



© edrecestansberry, 출처 Unsplash


첫 번째가 일반적인 형태의 가게라면 두 번째는 좀 더 혁신적이다. 배달 앱을 통해 주문을 받고 라이더가 손님들께 배달을 하는 형태이다. 코로나로 정점을 찍었을 때 창업하게 된 또 하나의 가게 형태이다.



 코로나가 생기기 전쯤에도 배달의 민족이 있었다.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 하든지 안 하든지 간에 준비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brettjordan, 출처 Unsplash


당시에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 요기요 배달 앱에서는 메뉴 사진을 무료로 찍어 주었다. 메뉴 사진을 찍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최신형 핸드폰을 가지고 있어도 전문가의 손길은 결코 나의 재주를 뛰어넘는 그 무엇이다. 그래서 메뉴 사진 무료로 찍어 주는 게 맘에 들어서 배달의 민족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4월에 본격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때 미리 신청하고 준비했던 것이 빛을 발했다. 배달의민족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청을 먼저 해두었던 터라 바로 시작할 수 있었고 남들보다 여유 있게 리뷰를 쌓아갈 수 있었다.


© novantino, 출처 Unsplash



배달앱을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을 때 그제야 많은 가게에서 배달 앱을 신청했다. 시작하려는 가게들이 많아져서 사진 찍는 순번이 엄청나게 밀렸다는 말을 들었다. 다행히 선점하다 보니 독점할 수 있었다. 리뷰가 쌓이다 보니 고객이 우리 가게의 음식을 선택할 확률이 당연히 높았다. 코로나 초기에 배달로 정신이 없었다.


물론 배달 앱으로 처음 배달을 시작하다 보니 나조차 신문명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실수를 통해서 배웠다. 리뷰를 읽으면서 고쳐나가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했다.



© mak_jp, 출처 Unsplash



기존의 매장은 가장 익숙한 판매 방식이라 당연히 쉬웠다. 배달의 민족은 바쁜 매장에서 하나 더 확장한 것이었다. 식사시간이 매장이나 배달이 같다 보니 밥때에 몰리는 애로가 있다. 그래서 매장이 정신이 없다.


코로나 때 한창 바쁠 때였다. “홀이라서 홀대하느냐”라는 매장에 식사하러 오신 고객의 소리를 들었다. 이를 어쩌나? 주방에서도 매장과 배달이 동시에 들어가다 보니 자주 꼬였다.


잘못 배달이 되면 재배달해야 하는 건 당연했다. 고객에게 죄송하다는 전화 통화를 한 후 다시 배달의민족에 전화하고 시간에 맞추어 요리하는 등 처리하기 위해 거쳐야 할 것들이 참 많다.



아마도 주인인 내가 실수를 가장 많이 하지 않았나 싶다. 잘하려고 하는데 전체를 보다 보니 섬세한 것을 놓치기 다반사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전담 직원을 두어 배달만 전문으로 포장할 수 있도록 했다. 매장 업무와 분리해서 일을 나누어 다시 짰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코로나와 같은 비대면 시대가 오면 두 번째 매장이 효자 노릇을 한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에도 두 번째 매장은 바쁘다. 매장에 파전을 부치기도 바쁜데 배달의민족에서 호떡집에 불나듯 주문이 들어온다.



배달비는 있지만, 라이더 덕분에 그 쏟아지는 비를 뚫고 파전을 집에서 편안히 먹을 수 있다. 우리가 누구입니까? 배달의 민족 아닙니까라고 했던 광고가 생각난다. 그덕분에 매장에 직접 가서 식사를 할 지 배달시켜 먹을지 고객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 둘은 묘하게도 교집합을 이룬다. 서로 소개를 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 매장에 우연히 식사하러 오신 손님은 "배달의 민족 주~문“" 그 소리에 "여기 배달도 하네"라고 인지한다. 반대로 배달 앱으로 주문해 먹었는데 괜찮네 하는 경우 ”여기가 어디야? “ 하며 다음 방문 식당으로 찜이 되기도 한다.



세 번째 가게는 밀키트 택배였다. 배달의 민족을 남들보다 일찍 시작해 선점하는 효과가 있다는 걸 학습했기 때문에 트렌드를 바로 읽어낼 수 있었다. 밀키트를 준비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밀키트는 배달의민족을 활용할 때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았다. 먼저 우리 칼국수를 담아낼 패키지를 정하는 것과 디자인을 입히는 것 택배사를 정하는 것 상세페이지를 구성하는 것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었다.



© uxindo, 출처 Unsplash


어느 식당에 갔는데 00 닭갈비 택배 서비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서비스? 서비스라고?

 이제야 어렴풋이 서비스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닿는다. 우리 음식을 고객의 집에까지 택배로 보내는 과정은 내 마음에 '서비스'라는 겸손한 마음이 덧입혀져야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밀키트는 배송을 해야 해서 배송업체와 연결도 되어야 한다. 엑셀 등의 컴퓨터를 좀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이 부분의 공부가 필요하다.



어렵게 어렵게 물어물어 스마트스토어로 옷을 사듯이 음식을 구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을 수 있었다. 네이버 쇼핑 탭에 신가네 칼국수가 처음 나온 날 그 뿌듯함은 잊을 수가 없다. 많이 팔지는 못해도 네이버에 이렇게 신가네 칼국수가 올라간 그것만으로도 기뻤다.


 

© elevatebeer, 출처 Unsplash


신가네 칼국수는 세 개의 매장이 되었다. 내가 하는 매장에서 형태만 다르게 세 개의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은 하나에 하나를 더하고 거기에 하나를 더했기 때문에 고비용이 들지 않았다. 또 다른 고정비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에 무척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 세 가지 형태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어찌 보면 우연으로 만들어진 기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공부의 끈을 꼭 잡고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그 시류에 올라탈 수 있었다.



때때로 가게에 손님이 많아지고 시간이 흐르면 가맹점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나에게도 가맹점을 내어줄 수 있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저는요, 가맹점은 안 해요.
그냥 가게 세 개만 운영합니다. "
라고 답을 한다.



매장이 크지 않은 가게지만 신가네 칼국수는 겉에서 보기에는 하나이다. 그런데  마술을 부리듯 세 개의 형태로 고객에게 선택받고 있다.




미리 써 놓은 트리트먼트에 따라 K 작가님께서 금방 글을 써냈다.

아직은 트리트먼트에 맞춰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겠지만 곧 숙달이 되리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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