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학원가가 뒤숭숭하다. 우리 학원 주변의 아파트들이 지금 재건축 중이라 이미 몇 년 전에 인근 지역으로 이동을 하거나 아주 먼 곳으로 이사를 간 세대들이 많다.
게다가 불과 3~4년 사이에 아파트값이 껑충 뛰다 보니 전셋값마저 덩달아 뛰었다. 전셋값이 다른 지역으로 가면 집을 몇 채도 사고도 남을 정도의 가격이다 보니 신규 인원이 늘지 않고 있다. 어느 학원이나 마찬가지이다.
중3 졸업생들이 고1이 되면서 학교 앞 학원으로 대거 이동을 했다. 나처럼 소규모로 하는 경우가 아니면 학원들이 아주 힘든 상황에 처한 듯하다.
항상 이슈나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원장님께서 전화를 했다. 본인 소유의 학원임에도 민감하게 대처해서 그런지 아이들이 늘 많았다. 그런데 여름방학이 되면서 아이들이 많이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사람이나 사물에도 모두 시절 인연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그만두거나 하면 나와의 시절 인연이 끝났나 보다 생각하는 나와 달리 그 원장님은 늘 애달아 한다. 이것저것 소식을 전하며 학원을 기업처럼 하는 다른 학원 원장님한테 들었다며, 학원의 성패는 인테리어가 좌우한다며 오랫동안 공을 들여 내게 말을 했다.
이번에 인테리어 해보지 않겠냐고? 압구정동 학원엘 가보니 같은 책이라도 웅장한(?) 책장에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아주 멋져 보였단다. 지금 인근에 국어 학원이 다 없어지고 우리 학원만 남았으니 호텔처럼 세련되게 인테리어 해보자고 했다.
본인 학원 인테리어 할 때 한 번 견적이라도 받아보라고 한참을 설득했다. 이 동네 있다가 입시에 강한 지역으로 간 학원이 지금 힘들어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 지역의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다시 오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무주공산일 때 얼른 부모님들의 마음을 끌어야 한다고 했다. 진정어린 마음으로 한 시간 넘게 나를 설득했다.
아무리 맛있는 밥도 요즘 아이들은 옛날 그릇에는 안 먹는다며, 내가 실력을 갖추고 명성이 있는 것 다 알아도 아이들은 오지 않는다고 했다.(아휴, 비유가 탁월했다.) 스터디 카페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던지 호텔처럼 삐까뻔쩍하게 인테리어를 해야 아이들이 예전처럼 꽉꽉 찰 거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학원을 둘러봤다. 논술학원답게 아니 29년 묵은 살림답게 온 사방이 책으로 뺑뺑 돌아가며 병풍처럼 휘장을 치고 있었다. 근 30년을 나와 함께 한 자식 같은 아이들이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책 들인데, 이걸 어떻게 처치를 한단 말인가?
나는 그렇게 살고 싶었다. 우리가 가진 것들과 사이좋게 늙어가고 싶었다. 미니멀리스트에 관한 책들이 판을 치고 있었지만, 나는 우리를 잘 알았다. 죽었다 깨나도 우리는 미니멀리스트 근처에도 못 가는 사람이었다. 내 취향으로 말할 것 같으면 거실 한가운데 모서리가 벌어지는 테이블을 놓고, 그 맍은편에 오래된 내 책장을 놓고, 오래전 여행에서 사온 장난감 비행기 옆에 얼마 전 내가 직접 만든 도자기 화병까지 꺼내놓고 사는 것이었다. 우리들의 그 모든 수집품들과 가구들과 오래도록 이야기를 쌓으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망원 호프는 그 모든 시간을 담는 그릇이 되어야만 했다.
-김민철, 『하루의 취향』, 「어떤 선언」,pp. 27~28, 북라이프
매일 읽고 글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웬만한 것에는 동요하지 않는다. 내게 알맞은 걸음으로 내 상황에 맞게 뚜벅뚜벅 걸어나가면 되리라고 늘 생각하고 있다.
김민철 작가의 글을 읽는 순간 '맞아, 내가 살고 싶은 모습이 바로 이거야!'라며 낮게 내뱉었다. 김민철 작가처럼 나역시 그렇게 살고 싶다. 내가 "가진 것들과 사이좋게 늙어가고 싶"다.
미니멀리스트 하고는 애초부터 나하곤 거리가 멀다. 정말 죽었다 깨어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책도 한 권만 읽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너댓 권을 돌아가며 읽는 지라 사방 천지가 책이다. 어디고 손이 닿는 곳에는 책으로 그득하다.
신문도 두 종류나 보고 있어 그 또한 만만치 않다. 요즘에는 신문 구독하면 어린이 신문과 경제 신문까지 서비스로 주고 있어 걔네들까지 곳곳이 활자천지다.
매일매일 활자 속에 파묻혀 산다. 지금의 내 모습이,
내가 예전부터 원하던 그모습이다.
국어논술학원이기에 손때묻은 책들이 많다.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어 정겹다고 억지로 우기며 산다.
낡은 책들에게는 , 저마다의 사연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아들 ROTX 임관할 때 산 책이고, 저 책은 코타키나발루 해변에서 읽던 책이고, 또 저만치 끄트머리에 있는 책은 여행가는 기내에서 읽던 책이고.
책쓰기 코칭 협회 만들어 '종이책 코칭 지도사' 자격증 과정,'독서모임운영지도사' 자격증 과정, '전자책 출간 지도사' 자격증 등 이러한 자격증 만든다고 다양한 책들을 구입했다.
사물들에 이야기가 덧입혀 그 나름 대로의 역사를 만들어 나간다고 살포시 믿고 있다.
지금, 제 책을 교보문고에서 예약판매하고 있습니다~^^
AI ART로 한 방에 뚝딱 예술가 되기저자진순희,윤종두출판더로드발매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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