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야의 <내가 밀어줄게>

by 진순희


작은 손길, 큰 울림, 콰야의 <내가 밀어 줄게>



콰야 作- <내가 밀어줄게>



콰야가 그린 <내가 밀어 줄게>의 상황이 독특하다. 뒤에서 밀어주는 아이는 앞의 소년보다 오히려 몸집이 작다. 게다가 큰 가방까지 메고 있다. 힘에 부치는지 두 눈까지 질끈 감고 있다.


앞의 좀 더 큰 소년은 예기치 못한 호의를 받아서인지 뒤를 돌아보며 자신을 밀어주는 작은 아이에게 눈이 멈춰있다. 나보다 작은 친구가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에 퍽이나 놀란 눈치이다.




이 작은 아이의 예상치 못한 호의는 큰 소년에게 감동을 주었으리라. 큰 소년은 자신보다 작은 아이가 어떻게 다른 이를 도울 수 있는지 의아해하면서도, 그 작은 아이의 순수한 마음과 노력에 감사하겠지. 이 순간, 두 소년 사이에는 단순한 물리적인 도움을 넘어서는 깊은 유대가 형성될 것이다.




더 큰 가방을 메고 있으면서 호의를 베푸는 작은 아이의 행동을 보며 모스의 『증여론』에 언급된 ‘포트라취’가 생각났다. 북서 태평양 연안의 원주민 사회에서 발견되는 상호호혜의 원칙인 포트라취는 단순한 물질적 교환을 넘어선다. 나를 돕고 보호할 것이라는 신뢰를 선불해서 쓰는 셈이다.



콰야의 <내가 밀어 줄게>는 이러한 증여의 본질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이 그림은 우리에게 작은 행동 하나가 어떻게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어떻게 작은 호의가 사회적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콰야는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더 친절하고 도움을 주며 살아갈 것을 넌지시 요구한다. '내가 밀어 줄게'는 단순한 제목을 넘어서 우리 각자가 타인에게 베푸는 작은 호의가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임을 아름다운 붓놀림으로 표현해냈다.



질문 논제: 작은 손길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 적이 있나요?
1. 전혀 뜻밖의 호의를 받은 적이 있나요?
2. 아무 조건 없이 호의를 베푼 적이 있나요?



대한민국의 화가 콰야(1991년~)


처음엔 해외 남미나 파키스탄 쪽 화가인 줄 알았다. 본명은 서세원이다.

콰야라는 이름은 밤을 새우는 뜻인 "과야(過夜)"와 "Quiet(조용한)"이나 "Quest(탐구)"의 앞 글자 "Q"를 합쳐서 만들었단다.


20210311518526.jpg?type=w966 출처: 사진- 허정호 선임기자/https://www.segye.com/newsView/20210311515134?OutUrl=naver



그는 상명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졸업 후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화가로 전향했다. 2019년에는 잔나비의 정규 2집 '전설' 앨범에 콰야의 그림이 인쇄되어 있다. 유튜브에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클릭하면 그가 그린 거칫 붓질의 푸른 눈의 '무표정한 소년'이 등장한다.



2020_jannabi.jpg?type=w966 출처: https://koreanmusicawards.com/project/%EC%9E%94%EB%82%98%EB%B9%84-%EC%A3%BC%EC%A0%80%ED%95%98%EB



콰야의 눈길을 끄는 인터뷰가 있어 공유해 본다. 세계일보와의 대담 자리였는데, 소셜미디어 먼저 유명"해진 부분이랑, "어떻게 호응" 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저 처음엔 막연하게 작업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하루에 하나씩 작업을 공유하자고 했다. 목표를 다 지키진 못했지만, 그런 생각으로 했다. 그래야 나도 작업에 더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로 오일 파스텔로 작업을 하는 콰야 화가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책장에서 가끔 꺼내보는 책이 있지 않나. 음악도 가끔 생각나는 노래가 있고. 듣자마자 ‘와’ 하며 전율을 느끼거나 하는 그런 음악 말고 가끔씩 생각나는 음악처럼 쉽고 편안하게, 가끔 꺼내볼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편안한 작업으로 꾸준히 오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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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야의 인터뷰를 보면서


"편안한 작업으로 꾸준히 오래 할 수 있었으면"

"무조건 하루에 하나씩 작업을 공유하자고"라는 말이

'너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라고 내게 살며시 건네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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