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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May 05. 2024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역사를 소설처럼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는 역사학도가 저술한 책이 아니다. 비전문가들이 쓴 책이다. 그것도 11명의 공동 저작인 책이다. 공동 저자인 해리 터틀 도브만 역사를 전공했고 나머지 10명의 저자는 대부분 소설가이다. 이러다 보니 책이 술술 읽힌다. 재미가 있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잡학 지식이 잘 버무려져 있어  어디 가서 재미있게 말할 수 있다. 반면에 좀 더 깊숙이 내용을 확장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 역사를 소설처럼 접근했다.



       이 책은 재미와 역사적 사건들을 병치해 현대 세계를 형성한 가장 중요한 실수를 다루고 있다. 선택 한 번 잘못해 삐긋하게 만든 흑역사의 사례를 감칠맛 나게 표현하고 있다. 일련의 101가지 '흑역사'를 통해 정치적 오판부터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 치명적인 전략적 실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수를 파헤친다. 실수 대잔치 모음이다. 



<흑역사 97-넷플릭스의 달콤한 제안을 거절한 대가>가 주목할 만하다. '넷플릭스의 달콤한 제안을 거부한 대가'는 혹독했다. 스트리밍의 미래 가능성을 보지 못해 넷플릭스의 부상 앞에 쇠퇴하게 된 80년대 비디오 시장의 제왕 블록버스터 Blockbuster의 어리석음을 비판한다. 1980년대는 가정용 오락으로 비디오 영화를 따라올만한 것이 없었다. 




이에 힘입어 1985년에 설립된 블록버스터는 3년 만에 400개가 넘는 매장을, 1991년에는 급기약 1,000개의 체인점 수로 확장되기에 이르게 된다. 블록버스터가 방향을 바꾸게 되는데 언론 재벌 바이어컴에 인수되면서였다. 블록버스터가 대여용 DVD로 선회하자 아마존을 비롯한 다른 기업들도 DVD 시장에 뛰어들었다. 새로운 경쟁자들이 블록버스터의 DVD 판매 매출을 깎아 먹었지만 오프라인 DVD 대여에 뛰어든 기업은 없었다. 


1997년 오직 우편으로만 DVD를 대여하는, 새로운 방식의 DVD 대여업체인 넷플릭스가 나타났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던 넷플릭스는 2000년 블록버스터에 손을 내밀었다. 블록버스터의 온라인 사업을 관리해 주겠다고 제휴관계를 제안했다. 이 책에서는 애석해 하면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블록버스터의 선택은? 
알다시피 퇴짜를 놓았다. 




블록버스터 경영진의 반응은 단순히 근시안적이라는 말조차 솔직히 아깝다. 그날 회의에 참석했던 넷플릭스의 초기고 재무 책임자 배리 메카시 Barry McCarthy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실실 쪼개면서 우리를 사무실에서 내쫓다시피 했다. 
-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p.346



푼돈으로 넷플릭스를 인수할 기회가 찾아왔는데도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의 가능성을 못 봤다. 신문물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는데도 그것을 차단한 채로 오로지 DVD 판매에만 올인했다. 그에 비해 넷플릭스는 시대의 흐름을 재빨리 읽어 온라인 DVD 대여 프로그램에 영화를 스트리밍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했다. 시대의 흐름에 눈이 어두웠던 블록버스터는 2014년에 몰락하게 된다. 


블록버스터의 조롱을 받았던 넷플릭스는 분기별 매출이 10억 달러를 초과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심지어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제작하고 있다. 통찰력 부족과 자만심이 한때 업계를 지배했던 플레이어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이다. 



이 책은 또한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의 개혁 실패와 같은 심각한 정치적, 군사적 오류도 다루고 있다. <흑역사 094-결국 고귀하지 못했던 고르바초프의 실패>에는 고르바초프가 비록 좋은 의도였음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소련의 붕괴를 앞당겼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고르바초프의 이야기를 통해 고상한 의도가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정책과 동반되지 않을 때 때로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흑역사의 마지막인 <흑역사 101-직장을 잃은 이라크 장교들이 ISIS에 합류했습니다>에는 “마지막 흑역사는 과도한 ‘청소’ 욕심으로 일을 그르친 경우다. 이념이 상식을 이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시 한번 증명해 준다."라는 문장으로 <흑역사 101>을 압축 요약하고 있다. 


  2차 걸프전 이후 후세인 축출과 동시에 이라크 군대를 해산함으로써 국방부와 정보기관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유능하고 게다가 훈련이 잘 된 구사 지도자, 행정관, 병사들이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생계를 위해, 미국에 적대감을 갖고 ISIS에 입대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고도로 훈련된 이라크 장교들이 터전을 잃어버렸을 때, 혼란과 분노를 이용하여 극단주의 단체의 부상에 어떻게 기여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찾을 수 있다.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는 역사의 순간들을 재미있게 되짚어 보면서,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각각의 흑역사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흥미 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교훈과 통찰을 보여준다.  독자들에게 역사의 중요성과 더불어 실수의 반복을 피하는 방법 또한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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