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자꾸만 높은 곳으로 기어오르고
진순희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는
검은 봉지에는 하루치의 가벼운 일당이 매달려 있다
떨이한 꽁치 두어 마리 물고 저녁을 향해 간다
막노동꾼 아내로 시작한 단칸방
공치는 날이 많아 변두리로 밀려난
가난은 자꾸만 높은 곳으로 기어오르고
질통을 짊어진 가장의 무릎은 서서히 낡았다
다닥다닥 처마를 맞댄 마을
색색의 꽃이 그려진 계단을 오르내리는
부지런한 개미들이 모여 산다
화려한 벽화 아래 숨겨둔 남루들
갈라진 담벼락에 애기똥풀이 얼굴을 내민다
빨랫줄을 붙잡고 휘청거리는 청바지가
제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릴 때
일찍 집을 나선 일개미들
산 아래에서 생계를 벌어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허름한 부엌
저녁을 챙기는 손놀림이 분주하다
골목엔 하나 둘 백열등이 피고
이대쯤 산등성이에서는 환하게 달이 켜진다
2012년 계간지 <미네르바>로 등단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 박사 수료
진순희 국어논술학원 & SUNI 책쓰기 아카데미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