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떠난 마음을 껴안고 자물쇠는 녹슬고 있다
진순희
남산 전망대 자물쇠에 사랑을 가두었다
정지된 시간들이 빽빽하다
영원히 사랑해
결혼하고 싶어요
앞면은 내가, 뒷면은 네가
저마다의 사연이 하나로 포개진다
열쇠마저 내던지며 약속을 걸어둔 사람들
저들은 아직도 사랑하고 있을까
지나가던 사람이 그들의 사랑을 의심한다
약속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세느강
퐁데자르 다리 난간이 부서지듯
사랑은 제 무게에 짓눌려 슬금슬금
세월에 곁을 내주고
수많은 연인들이 언약식을 했던 이곳도
경관을 해치는 흉물로 변했다
오래전 떠난 마음을 껴안고
자물쇠는 녹슬고 있다
2012년 계간지 <미네르바>로 등단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 박사 수료
진순희국어논술학원 &SUNI 책쓰기 아카데미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