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어조림
담백한 맛에 끌린다. 슴슴하고 밍밍하고 고소하고 부드러운 것.
비빔냉면보다는 맑은 고깃국물로 맛을 낸 평양물냉면이 김치만두 보다는 두부가 많이 들어간 뽀얀 만두가 두부조림보다는 들기름에 지져 낸 두부부침이 좋다. 새콤달콤한 나박김치보다 쩡 하고 살짝 군내가 나나 싶은 무청과 무를 넣고 소금만으로 담근 동치미가 좋고 피클보단 짭짤한 오이지가, 양념갈비보단 선홍빛의 생고기를 구워먹는 게 좋다.
며칠전 시장에 갔다가 오랜만에 커다란 병어가 나왔길래 사들고 왔다. 어릴 때 먹던 식재료들 중 생선들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게 아닌가 싶게 갈치 한마리 병어 한마리 덥썩 사기가 어렵다. 그래도 얼굴만큼 잘 큰 병어를 보니 병어조림 생각이 났다. 봄이면 알까지 가득 품고 있어서 커다란 병어는 아이들과 자주 먹던 식재료 중 하나였다. 생선을 잘 먹지 않는 아이들도 무를 깐 주물팬에 반짝거리는 알배기병어를 칼집 내어 간장과 고춧가루 생강술과 마늘, 고추와 양파와 대파로 맛을 내어 조린 그것을 좋아했다.
희고 달고 쫄깃한 병어의 맛.
그 하얀 속살을 젓가락으로 집어 올려 흰밥 한숟가락과 함께 먹는 슴슴하고 미미한 기쁨 때문에 병어만은 굽지 않고 국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졸여 조림을 만들어 먹는다.
늘 잠이 부족한 아이는 늦게까지 자도록 내버려 두고 남편과 나, 둘이서만 바지락을 넣어 묽게 된장을 풀어 끓인 시금치국을 나란히 놓고 그런 아침을 먹었다.
온갖 양념으로 뒤덮혀도 속살은 촉촉하게 밋밋하게 온전했다, 나는 하얀 살만을 남편은 양념이 된 국물에 적셔 노곤해진 양파를 함께 집어 흰밥과 먹었다.
히야신스는 불쑥 주먹같은 꽃대를 기다린 잎사이로 올리고 분홍색장미는 시들하고 꽃을 다 떨어뜨린 동백에선 새잎이 나오는 봄의 아침. 더디게 더디게 여름이 오고 있다.
내 능력 밖의 고민들에 둘러싸여 있어도 지금이 그런 거라고, 양념을 뒤집어 쓰고도 기꺼이 침이 고이는 순하고 맑은 시간을 지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