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는 거들뿐
하루종일 비가 온다, 안개에 점령당한 밖은 하나도 내다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날 아빠는 시장 근처 만둣집으로 나를 심부름 보냈다. 안개만큼 김이 오르는 커다란 솥의 뚜껑을 열면 면보자기 위에 동그랗게 머리를 묶은 만두들이 가득했다.
얇은 나무 도시락에 만두 열 개쯤 넣어 노란 고무줄로 묶어 주던 아저씨의 손은 늘 밀가루가 묻어 있었다. 비는 우산 받친 팔을 때리고 젖은 맨다리에 뜨거운 만두의 온기가 닿았다 떨어졌다 하고 빗물 젖은 슬리퍼가 내는 뽀드득 소리를 들으며 집에 도착했다.
대청에 앉아 비가 시멘트를 얇게 바른 마당에 쏟아지는 소리를 들으며 고춧가루와 후추, 식초를 넣은 간장에 피 얇은 고기만두를 먹는 맛은 장마철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그리고 라면. 엄마가 아빠 입맛에 맞춰 끓인 라면은 대파와 양파, 애호박과 감자를 채 썰어 넣어 끓인 것이다. 고춧가루와 무채를 많이 넣지 않은 여름 배추김치는 이미 상에 나와 있다. 썰어 넣은 감자 때문에 수제비 같은 맛이 나는 걸쭉한 라면의 면이 얼굴에 튀든지 말든지 쓱 닦아내며 건져 먹는다. 찬밥을 한 숟가락만 감자가 으깨진 국물에 말아 김치를 올려 숟가락으로 먹는다. 부드럽게 익은 양파채와 애호박이 달았다. 상을 물린 뒤에 선풍기의 파란 날개 아래 돗자리에 넷이 나란히 누워 낮잠이 들었다. 라면을 거의 먹지 않는 집이었지만 아빠가 출근하지 않는 장마 중의 일요일 오후는 그래서 귀한 시간이었다.
빗물이 물길을 만들어 콸콸 쏟아져 내려가던 돌계단들, 빗물 때문에 땅에 맨발이 닿도록 벗겨져 발목에 겨우 걸려 있던 슬리퍼. 퉁퉁 불어 쭈글거렸던 내 발가락도 다 말라갔다.
내 어린 날의 장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