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나 좋아하던 것이었는데
토마토가 냉장고에서 시들고 있다. 나를 가졌을 때 엄마는 하루에 한광주리싹이나 토마토를 먹었다고 했다. 그래선가 나는 어지간한 과일보다 토마토를 좋아한다. 결혼 후 나 아닌 이들의 입맛을 따져 음식을 하기 전까지는 토마토를 어지간히 먹어댔다, 그런데 내 부엌에서 토마토가 시들어가다니.
어쩐지 식구들이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나 식재료는 나도 이제는 맛이 있는 줄 모르겠다. 어린 날에 비해 향도 맛도 밋밋한 채소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오랫동안 잘 먹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참아왔던 취향은 때때로 잊히기도 한다. 버려지기 전에 빨갛고 예쁜 저 것들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냉장고를 열어 본다. 발사막식초, 양파가 보인다. 선물 받은 새 올리브유가 있고 질 좋은 꿀도 있다. 바질은 바질페스토를 대신 크게 한 스푼 넣는 것으로 대신하면 될 듯하다.
토마토의 정수리에 십자로 칼집을 내고 물을 끓여 데치고 얼음물에 넣었다. 껍질이 술술 벗겨지는 토마토와 양파를 잘 드는 칼로 심이 없게 잘라 올리브유와 나머지재료들로 만들어 놓은 소스에 버무린다. 유리용기에 덜어 담는다. 이걸로 끝이다. 바로 먹어도 너무 맛있지만 한두 시간 냉장고에 넣고 기다려야 한다. 차가운 토마토마리네이드를 꺼내고 부라타치즈만 얹어도 훌륭한 샐러드가 된다. 비가 쏟아지는 유리창 앞에서 물방울이 맺힌 화이트와인을 함께 마시면 더없는 여름의 맛이 느껴진다.
초복인 오늘, 삼계탕 말고 소고기나 양고기를 구워 함께 식탁에 내면 좋겠다. 고기 사러 내려가야겠다.
#방울토마토였으면예뻤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