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으키는 손
그러니까 며칠만이지? 한 열흘 좀 넘었나 보다. 다시 뛰러 나왔다. 수영은 한 일주일 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싫다. 평생 하던 남편 출근 시중을 그만두었다. 아침 여섯 시쯤 눈을 뜨면 정말 온몸이 쪼그라들어 일 년 만에 꺼낸 비닐튜브처럼 안쪽끼리 바싹 붙어 있는 기분이 든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고 다시 잠에 드는 것도 싫다고 생각하지만 할 수 있는 건 다시 이불을 감아 반대쪽으로 돌아 눕는 일이다. 오늘은 날까지 어둑하다. 어쩔 수 없다.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면 어두운 눈앞에 미안한 일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함께 정리하지 못한 식탁, 말로만 이라고 생각할 위로, 어쩌다가 전시한 짤막한 행운. 그러다 휴대폰의 알람이 울린다, 혈압약을 먹으라고. 물을 따르고 한 움큼의 약을 입에 넣고 한 번에 삼키고 다시 물을 따라 마신다.
의자가 몇 개씩이나 있는데 소파 옆을 지나면서 어디 앉을 데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두리번거리다가 안경도 쓰지 않고 운동복을 입고 나와 뛰었다.
사실 나는 내 기분을 모른다. 천변에 심긴 크고 작은 식물들의 이름을 모르는 것처럼. 키가 자란 풀들과 곧 사라질 것 같았던 작은 꽃들이 모여 피어있다. 식물들은 제 이름을 알까, 수국이라고, 코스모스라고 부르면 그것을 저를 부르는 것이라고 눈치를 챌까? 미루나무는? 플라타너스는?
그래도 저렇게 길고 높게 자랐다. 모르고도.
다시 돌아 뛰었다.
마트로 가는 길로 방향을 바꾸었다. 신호등도 착착 맞아서 서지 않고 끝까지 뛰어갈 수 있었다. 그제 친구가 만들어 준 배추말이 생각이 났다. 얼갈이와 고기 간 것, 애호박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머릿속이 가벼워지는 걸 알았다. 겨우 저 크는 대로 자란 나무와 식물에 기대려고 하다니. 그제 모래만큼 작고 메말랐던 나를 일으켜 준 식탁, 그 손과 언제 마주쳐도 웃는 맑은 두 눈에 기댈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내내 함께 먹은 음식을 다시 만들며 내 마음이 괜찮겠구나. 좋겠구나.
잔뜩 벌레 먹은 배추를 다듬어 씻었다. 데치려고 물을 끓인다. 채칼을 꺼내야지, 호박을 썰어야지.
차례대로 슬금슬금, 그러다 보면 또 내일은 벌떡 일어날 마음이 생겨날 것 같고. 내 마음을 조금 알 것도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