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기 후지산이 보여
엄마와의 여행이 시작됐다. 새벽에 나와 이제 막 탑승했다. 가깝다고 해도 이젠 더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엄마와의 해외여행은 부담스럽다. 벌써 혼이 쏙 빠지고 기진맥진이다.
혼자서 사시는 게 신기할 정도로 씩씩하다가도 엄마는 나와 있으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된다. 어제부터 여권과 지문 인식, 외투 벗고 트레이에 짐 꺼내 놓기, 팔 벌리고 바닥에 발모양에 맞춰 서기... 등등을 여러 번 알려드리고 오늘 출국하면서도 계속 앞 사람 하는 것을 보면서 계속 설명했는데도 엄마가 무언가를 통과할 때마다 몇 번이고 내가 달려가야 했다. 엄마도 눈이 토끼처럼 되어 잔뜩 긴장한 게 보이고 나는 이미 머리가 아프다.
엄마는 구름만 가득한 창밖을 보고 있다.
건너편에서 돌쟁이쯤 되는 아기가 운다. 눈이 마주치면 잠시 멈췄다가 다리와 몸을 뒤틀며 비명을 지른다. 아기 아빠가 아기를 들어 올려 달래고 엄마는 입에 고무젖꼭지를 물리려 하는데 아기는 얼굴을 돌리며 더 크게 소리 지른다. 갑갑한 좌석과 어두운 실내가 낯선 아가는 자지러진다.
얼마나 답답할까 우리 엄마는.
긴장한 채로,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단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해 이름을 물어도 뒤에 있는 나를 쳐다 보고 탑승권을 보여 달라고 해도 나를 본다. 나는 엄마가 아니라 제복 입은 사람들의 눈을 보며 그들이 물은 대답을 대신하고 엄마의 휴대폰을 열어 탑승권을 보여주었다. 저 아가 같았을 텐데. 엄마 눈만 보며 울었겠지. 엄마는 알아들으려 기꺼이 내 눈을 바라보고 당연히 말해줬겠지. 또박또박.
나도 그래야지,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다른 사람 말고 엄마눈을 마주 봐야지. 엄마가 마음을 놓을 때까지. 몇 분이고 몇 번이고.
아기가 아빠한테 안겨 잠이 들었다. 인형처럼 몸을 구부리고 아빠손에 엉덩이를 받치고 가슴에 파묻혀서. 눈을 꼭 감고.
엄마도 잠이 들었네,
엄마 저기 후지산 보여
구름 위로 후지산이 솟아 있다, 불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