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
#FOMO #JOMO #MINIMALISM
오늘은 히트다-히트 포켓몬빵 사례를 주의 깊게 보고 있는 나나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질 예정이에요. 오픈런, 트렌드를 따라가는 사람들에 대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아녜요. 유행을 따라가기 전에 이 행위의 동기와 목적이 무엇인지 잠시 떠올려보잔 거죠. 어쩌면 미니멀리스트의 삶의 철학에서 힌트를 얻게 될지도!
(**눈누 : 난나나 레터 구독자 애칭)
얼마 전 대형마트를 지나던 나나는 아직 열지 않은 매장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인파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오픈런(매장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것)’이라 하죠. 요즘 이 현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요.
대표적으로 재출시 40일 만에 판매 약 1000만 개를 돌파한 포켓몬 빵. 이 빵을 만나기 위해선 마트 오픈런을 하고, 편의점 앱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웃돈을 주고 새제품 중고거래를 해야 하죠. 빵이 안에 든 띠부띠부씰만 모아서 다시 되파는 경우도 많고요. (희귀 포켓몬 뮤의 띠부띠부실 거래가는 약 5만 원 안팎, 전 스티커를 모두 모은 완성본은 약 80만 원__실제 포켓몬빵 가격은 1천 5백 원) 게다가 잘 안 팔리는 상품에 포켓몬빵을 엮어서 끼워팔기를 하는 곳도 늘고 있어요.
포켓몬빵 말고도 자주 있는 일이긴 해요. 최근 사례로는 고든 램지 버거 매장, 샤넬 /롤렉스 등 명품 매장, 박재범의 원소주 팝업스토어 등이 있죠. (줄서기 알바를 구해 제품을 구매 대행하는 경우도 있었음) 그런데 있잖아요. 나나가 줄 서 있는 누군갈 붙잡고 하고 싶은 질문은 이거예요.
“저기 혹시,, 이거 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거 맞아요?”
리셀테크를 위해 제품을 얻어야만 하거나, 그 제품을 애정하고 있었기에 대기줄에 서 있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문제는 왠지 나도 가지고 있어야 할 거 같아서, 인증샷을 찍기 위해 일단 줄 서 있는 사람도 있단 거죠.
혹시 아래에 공감하는 문항 있나요?
(1)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고 부지런히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2) 좋은 경험을 하면 SNS에 올리고 습관적으로 확인한다
(3) 누가 SNS에 새로운 것을 올리면 조급한 마음이 든다
(4) 한정판, 매매임박 등의 단어를 들으면 불안하다
(5) 유명인 또는 인기 있는 사람과는 친구를 맺고 소식을 공유하려 한다
위 문항은 FOMO(Fear Of Missing Out_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하 포모증후군) 증후군의 증상이라고 해요. 포모증후군은 자신이 해보지 못한 가치 있는 경험을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 것, 즉 자신만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뜻하죠.
이 용어는 2000년대에 마케팅 분야에서 매출 증대를 위해서 사용됐던 용어인데요. 현재는 사회병리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심리학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어요. 위에서 언급한 오픈런 외에도 주식/비트코인 /부동산 등 투자붐, 인기 도넛집 웨이팅, 과거 클럽하우스 이슈 등도 다 ‘포모증후군’으로 설명 가능해요.
트렌드란 대개 SNS에서 화제가 되는 이슈를 의미하기에 포모증후군은 SNS와 함께 설명되는 경우가 많아요. 정교한 알고리즘과 시끄러운 정보 사이에서 내가 관심 있는 것만 보기란 정말 어렵다니까요. 그래서 �나나도 뒤쳐지는 것 같은 마음의 불안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네요.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녜요. 새로운 정보를 따라가고 그걸 습득하려는 건 멋지고 배울만한 태도에요! 다만, 그것이 여러분이 정말 원한 것이냐, 또는 여러분을 위한 것이냐 묻고 싶단 말이에요. 이 포모증후군이 무서운 이유는 내 판단이 흐려지고 타인 또는 사회의 욕망을 내 것으로 착각하게 되기 때문이거든요.
+) 관련된 주제로 이전에 다룬 꼬북칩 초코츄러스와 욕망에 대한 글을 읽어보세요.
FOMO와 반대되는 개념을 ‘JOMO(Joy Of Missing Out: 잊히는 즐거움. 이하 조모)’라고 해요. SNS에서 필요 없는 관계 맺기를 줄이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을 뜻해요. 한 작가는 조모를 ‘선택하지 않아서 놓칠까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선택하지 않아서 생기는 즐거움’이라고 표현했어요. 그러면서 ‘유일한 해독제는 삶이 유한하다는 인식과 더불어 지금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죠. (나나도 공감!)
조모 체크리스트 문항도 준비했어요
(1) SNS 계정이 없거나, 있더라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2) 쉴 때는 혼자 명상, 독서, 운동을 즐기는 편이다
(3) SNS를 자주 보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다
(4) 디지털 디톡스를 즐긴다
혹시 조모가 아니라 불안을 느낀 눈누가 있나요? 그런 눈누에게 다행인 소식, 조모가 항상 옳다고 할 수도 없어요. 왜냐면 직무 특성상 SNS를 놓쳐선 안 되는 눈누들도 있잖아요. 게다가 꼭 마케터나 콘텐츠 에디터 등 유행에 민감한 직군이 아니더라도 내가 하는 일에서 성과를 내고 속한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꾸준히 새로운 소식을 접하고 파고들어야 하기도 하고요. 결국엔 뭐든 적당한 게 중요하단 건데요.
뭐 당연한 말을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냐고 입이 삐죽 나와있을 눈누에겐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포모와 조모 그 중간 어딘가에서 단단하게 여러분만의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방법이 뭘까요? 하루에 시간을 정해놓고 SNS를 하는 것? 유행하는 건 무조건 피하는 것? 아뇨. 이런 표면적인 방법으론 해결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어요.
그럼 나나가 추천하는 콘텐츠를 속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얼마 전, 넷플릭스의 다큐 ‘미니멀리즘: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봤어요.
그런데 나나의 예상과 달리 ‘무작정 버려라’라고 하지 않더라고요. 다큐는 아메리칸 드림과 소비사회가 빚은 현상을 짚으면서 우리에게 주입된 욕망이 진정 내 마음에서 시작된 욕망인지 질문을 던져요. 아래는 나나가 와닿았던 문장들이에요.
“아무리 물건을 많이 사고 유행을 따른다고 해서 더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중략) 원한 것이 아니라면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더 많은 차와 장난감을 갖고 싶은 게 아니라 물건이 주는 느낌을 원하는 거예요.”
“소비가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강제성을 띤 소비가 문제인 거죠. 물건을 사야만 하니까 사는 거예요. (중략) 그래서 그걸 갖고 나면, 생각한 것만큼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미니멀리스트가 된 지금은 모든 물건에 목적이 있거나 제게 기쁨을 주곤 하죠. (중략) 주변을 둘러본 후에 다른 사람이 아닌 저에게 물어요. 이게 정말로 내 삶에 가치 있는 물건일지 생각해요.”
세상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어요. 누구는 작은 집에서 소박하게 생활하는 것을 선호할 수 있고, 누구는 넓은 집에서 자유롭게 공간을 사용하는 걸 선호할 수 있고요. 누군가는 SNS를 전혀 하지 않는 아날로그적인 삶을 추구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SNS상의 트렌드를 따라가거나 트렌드 세터의 삶을 추구하겠죠. 다만 그것이 내 욕망이 아니라면, 외적인 평가를 받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는 거라면 그것보다 내 삶에서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거예요.
그래서 요약하자면,
1. FOMO 증후군은 유행에 뒤쳐지는 것을 불안해하는 걸 뜻해요.
2. 이와 반대되는 개념을 JOMO 라고 해요.
3. 변화하는 사회에서 느끼는 불안과 박탈감의 근원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해요.
** '포켓몬빵 이야기'외 다양한 소식이 들어있는 레터의 전문은 여기에서 읽어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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