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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0. 2023
졌다는 거야, 이겼다는 거야?연패(連敗)와 연패(連霸)
연패(連敗) - 연패(連霸)
졌다는 거야, 이겼다는 거야?
좋아하는 운동이 있나요? 그렇다면 경기가 있는 날이면 스포츠 뉴스로 그 결과를 관심 있게 지켜볼 텐데요. 스포츠 중계나 뉴스 보도를 시청할 때 연패라는 단어를 자주 들어보셨을 겁니다.
무너진 선발 … 연패 빠진 ○○의 '빛바랜 홈런 3방’
(대구 MBC, 2023. 9. 17.)
남자축구·야구 오늘 결승전 … 일본·대만 꺾고 연패 노린다
(중앙 SUNDAY, 2023. 10. 7.)
이 두 표제에 쓰인 연패라는 각각의 단어는 같은 의미일까요? 그동안 당연하게 들어왔던 연패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죠? 3연패는 세 번 연속 진 걸까요, 세 번 연속 이긴 걸까요?
● 연패(連敗): 싸움이나 경기에서 잇달아 패함.
[예] 우리 팀은 3연패의 늪에 빠졌다.
● 연패(連霸): 운동 경기 따위에서 연달아 우승함. 계속하여 패권을 잡음.
[예] 우리 팀은 3연패의 대기록을 세웠다.
‘패할 패(敗)’가 쓰인 단어
-패배하다 -패색이 짙다 -실패 -참패
‘으뜸 패(覇)’가 쓰인 단어
-패권 -패권주의 -패기
여기서 의미의 분수령이 되는 것은 한자어 패(敗)와 패(覇)입니다. 두 한자어는 음은 같지만 뜻이 서로 다르거든요.
먼저 한자 ‘패(敗)’는 ‘무너지다, 부서지다’와 같은 부정적 뜻을 지녀서 ‘어떤 일에 실패함. 싸움이나 승부를 가리는 경기 등에서 짐.’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 신문 기사 표제에서 홈런 3개에도 불구하고 무너진 선발 투수로 인해 연달아 패한 팀에게 연패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면 1승 1패라고 표현하잖아요. 그때의 의미가 ‘패배하다’의 의미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한자 ‘패(覇)’는 ‘으뜸’이라는 뜻을 지녀서 ‘패권을 잡다’의 의미, 즉 ‘어떤 분야에서 우두머리나 으뜸의 자리를 차지해서 누리는 권리와 힘.’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가진 한자어로 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 축구와 야구팀이 아시안 게임에서 연속 우승을 노릴 때에도 저렇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3연패’라는 표현을 보았을 때 세 번 연속 졌다는 의미인지 세 번 연속 이겼다는 의미인지 속단할 수가 없는 겁니다. 이러한 혼동을 피하기 위해 3번 연속 이긴 것을 ‘3연승’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 않겠나 싶겠지만 연승의 경우에는 한 시즌 안에서 경기 단위로 연속해서 얻는 승리를, 연패는 같은 종목의 매해 연속되는 시즌을 우승하는 것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3연패라는 표현을 온전히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의미를 구분하는 방법은 분명 있습니다. 단어가 놓이는 상황과 문맥을 통해 파악해 볼 수 있어요. 예컨대 ‘3연패’가 ‘연달아 패함.’의 의미일 때에는 다음과 같이 부정적 맥락이 형성되는 단어 ‘빠지다’, ‘벗어나다’, ‘탈출하다’ 등의 단어와 함께 쓰입니다.
‘3연패의 늪(수렁)에 빠지다.’
‘3연패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반면, ‘연달아 우승함.’의 의미일 때에는 ‘달성하다’, ‘도전하다’, ‘성공하다’ 등과 같은 긍정적 맥락이 형성되는 단어들과 함께 쓰입니다.
‘3연패를 달성하다.’,
‘3연패에 도전하다.’
이제 좀 쉽게 와닿지 않나요? 문해력의 끝판왕, 연패(連敗)와 연패(連霸)를 구분하는 나 자신을 칭찬합시다.
문해력이 쑥쑥, 한 줄 요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