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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수집가 Dec 21. 2023

불을 낸 거야, 막은 거야? 방화(放火)-방화(防火)

불을 낸 거야, 막은 거야?

분유 훔치려고 마트에 불 질렀다 여성 방화20억 원 피해

(조선일보, 2023. 9. 15.)     

불길 막은 요양병원 소방 방화, 대형 사고 막았다

(서울신문, 2023. 9. 15.)     


한글, 한자, 외래어가 섞여 다양한 언어 표현을 구성하는 한국어의 특성 때문에 우리말에는 동음이의어가 상당히 많습니다. 동음이의어란 글자의 음(소리)은 같으나 뜻이 다른 낱말을 가리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사람의 신체 부위인 눈, 곤충의 종류인 벌과 잘못으로 인해 받는 벌은 서로 동음이의어 관계에 있는 단어이지요. 이들은 각각 어떠한 어원적 연관성도 없고 다만 우연히 소리가 같은 단어일 뿐입니다.


이러한 동음이의어는 소리나 표기로 구분할 수 없으므로 맥락에 의해 구분해야 하며, 소통상의 오해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위 기사에 쓰인 ‘방화’도 소리는 같지만 별개의 다른 한자가 쓰였는데 정반대의 의미를 보여 주는 단어들입니다. 윗줄에 쓰인 ‘방화’는 일부러 불을 지른 것이라면, 두 번째 쓰인 ‘방화’는 불을 막는 것입니다.  


● 방화(放火): 일부러 불을 지름.

   [예] 약탈과 방화를 일삼았던 범인을 체포했다.

● 방화(防火): 불이 나지 않도록 미리 막음.

   [예] 소방관들은 방화복을 착용한다.     

                        

‘놓을 방(放)’이 쓰인 단어

추방(追放) 석방(釋放) 방뇨(放尿)
‘막을 방(防)’이 쓰인 단어

방독(防毒) 방재(防災) 방화벽(防火壁)


두 단어의 차이는 한자어 ‘방’에서 비롯됩니다. ‘일부러 불을 지름’의 의미를 지닌 방화는 ‘놓다, 쫓아내다, 추방하다’의 의미를 지닌 방(放) 자를 씁니다. 반의어로는 소화(消火)를 씁니다. 반대로 ‘불이 나지 않도록 미리 막음’의 의미를 지닌 방화는 ‘막다, 대비하다, 덮다, 가리다’의 의미를 지닌 방(防) 자를 씁니다. 따라서 이들은 같은 음을 지녔지만 정반대의 뜻을 가진 한자 ‘방’으로 인해 반대의 뜻을 지닌 단어가 되어 쓰임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한자어에는 동음이의어가 정말 많습니다. 동음이의어는 뜻을 오해할 소지를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황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말장난의 요소가 있어서 수많은 문학 작품이나 개그에서 언어유희의 소재가 되기도 하는데요. 어린이들이 읽는 귀여운 동시에서 동음이의어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꿈조각 이불     


저런 저런,

자다가 가위눌렸구나.

무서운 꿈 이리 줘 봐.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

꿈보다 더 무시무시한 꿈조각 이불 만들게.

무시무시한 꿈조각 이불을 보면

무서운 꿈이 후다닥 달아나거든.   

  

-<꿀떡을 꿀떡>, 윤여림(2017)


‘꿈조각 이불’이라는 시에서는 ‘가위’가 두 번 등장하는데 같은 의미의 가위가 아닌 것 같지요?

‘가위눌리다’의 가위는 무서운 내용의 꿈을 가리키는 말이고,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의 가위는 물건을 자르는 기구를 가리키는 말이 되지요. 이렇게 동음이의어는 우연히 소리와 표기가 같을 뿐 각기 다른 뜻을 지닌 별개의 단어로 우리말의 대표적 특성 중 하나입니다.

    


 *문해력이 쑥쑥, 한 줄 요약*

방화범과 방화복의 방화는 다른 단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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