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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4. 2023
사회적 파장의 주인공, '심심하다-'심심(甚深)하다'
'심심하다-'심심(甚深)하다'
사회적 파장의 주인공
얼마 전 신문 기사 사회면을 뜨겁게 달구었던 일화 하나를 소개할게요.
어느 웹툰 작가가 사인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약 시스템에 혼선이 생기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사과문을 올렸다고 해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에 누리꾼들이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무슨 심심한 사과?’, ‘심심한 사과라니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라고 비난한 일이 화제가 됐습니다. 혹시 무엇이 잘못된 건지 눈치채셨나요?
사실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은 그야말로 심심치 않게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뜻을 잘 알아두어야 위의 누리꾼 같은 반응을 올리는 일이 없겠네요.
● 심심(甚深)하다: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
[예]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 심심하다: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또는) 맛이 조금 싱겁다.(≒ 삼삼하다)
[예] 심심해서 못 견디겠다. [예] 심심하게 간을 하다.
‘심할 심(甚)이 쓰인 단어
심지어(甚至於), 후회막심(後悔莫甚), 극심(極甚)하다
‘깊을 심(深)’이 쓰인 단어
심각(深刻)하다, 심층(深層), 심호흡(深呼吸)
따라서 심심한 사과라는 말에서 ‘심심’은 강조를 뜻하는 표현으로, 사과하는 마음에 진심을 더 한다는 뜻입니다. 한자를 살펴보면 ‘심할 심(甚)’과 ‘깊을 심(深)’을 쓰고 있으므로 ‘깊고 깊게’ 사과를 한다는 뜻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두 한자어가 쓰인 단어들을 보아도 의미상 큰 차이가 없으니까요.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어요!
그런데 이 말을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일반적인 의사소통의 상황보다는 대표성을 띤 주체나 단체의 입장문 등을 발표하는 공식적 상황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어라는 것입니다. 즉 사적이기보다는 공적 상황에서 자주 쓰이고 개인보다는 집단의 입장을 나타낼 때 주로 쓰인다는 거예요. 설령 개인이 사용한다 하더라도 그 개인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대표하는 성격을 띤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시 말해 특정한 지위에 있는 정치인이나 공무원, 기업·회사의 고위직 임원, 연예인처럼 공인의 성격을 띤 개인이나 또는 단체가 자신들의 공식적인 사과의 입장을 표명할 때 쓰이는 표현이므로 친구 사이에서 사과의 마음을 전할 때 쓰기는 어려운 말이라는 것까지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100% 절대 못 써, 이런 건 아니지만 잘 어울리지 않아요.
이처럼 문해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한 단어의 뜻만 이해하지 말고 다음과 같은 단계로 단어를 알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심심하다’의 뜻 이해하기 → “지루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매우 깊고 간절함을 의미하는 단어군.”
단어가 주로 쓰이는 맥락 이해하기 → “심심한 애도”, “심심한 조의”와 같이 좀 더 공적이고 정중한 표현에 더 적합하구나.
단어와 관련된 단어(유의어, 반의어) 이해하기 → “‘극심하다, 심각하다’ 할 때 쓰이는 한자와 같으니 같이 기억해야겠어.”
우리말과 한자어와의 공생
우리말은 절반이 넘게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최근에 새로 만들어지거나 유입되는 말들은 영어 중심의 외래어들이 더 많아서 한자어의 쓰임과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 것은 사실이지요.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한자를 직접적으로 사용할 일은 많지 않고 배움에 소홀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말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구분하는 데에는 한자에 대한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답니다. 시간을 내어 따로 공부하기보다는 기회가 될 때마다 한자에 대한 지식을 쌓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문해력이 쑥쑥, 한 줄 요약>
심심(甚深)한 사과는 마음을 다해 전하는 정중한 사과!
다만 공식적 상황에서 주로 쓰는 말입니다.
'꽉잡아 문해력'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