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지웠다.
다음날, 다시 창을 띄웠다.
정리되지 않은 하루,
아이들과 엮어가는 시간들은
늘 정리가 어렵다.
글쓰기 창을 띄웠다.
글을 쓰다 지운다.
여전히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멈춰두고 학부모 상담이 시작됐다.
아이들 너머 학부모의 시선과 또 엮어진다.
선생의 말 한마디가 아무런 파장이 없을 수도 있으나
작은 말 한마디만 잡고 있을 이도 있기에
상담은 염려스럽다.
소란을 자주 일으키는 아이가 말했다.
"저도 그렇게 안하고 싶은데 그래요."
깊은 고민끝에 무겁고 어려운 마음으로 엄마에게 adhd검사를 권유했다.
지금 겪고 있는 시간이 아이의 역량에 버겁게 느껴져서다.
"어머니, 제가 마음이 아픈건 아이가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계속 생각하게 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거예요. 안좋은 행동을 안하고 싶은데 계속 반복되는 부분이 아이 입장에서 굉장히 괴로운 상황일 수 있어요."
상담을 하면서도 몇 번이나 adhd라는 단어를 꺼내도 될지 살피게 되었다. 그래도 '아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시도였기에 용기내어 말했다.
다행히 아이의 엄마는 검사를 받아보겠다고 했다.
미리 주변 친구들을 통해 알아봐둔 소아정신과 병원 목록을 건넸다. 엄마는 해당병원에 연락해서 초진을 잡고 앞으로의 일정을 공유하겠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다.
한 아이의 자람이 그 아이가 맺어가는 여러 관계들에 영향을 주고, 얽힘은 점점 더 커진다. 그러고보면 지금 우리반에는 24명의 아이들이 있지만 이 아이들이 자라며 맺는 누군가들을 함께 만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학부모 상담기간에는 속이 참 복잡하다. 그래서 상담 3일차인 오늘 밤에도 자다 깨어 글을 끄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