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짱여행이지만 한국 같은..

여행은 익숙해진 우리의 일상을 다시 확인하고 소중해하는 것

by 나비야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다. 남들 다가는 자유여행이라곤 하지만 겁 많은 쫄보 식구인 우리 가족에게는 아주 큰 도전이었다. 외국어가 서툴고 낯선 것부터 작은 단위 활동 하나, 하나씩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본 후 무리가 없으면 실행에 옮기는 나는 가기 전 긴장감이 최고조였다. 이미 동생네 가족과 자유 여행을 몇 번 해본 적이 있지만 그때는 그대로 따라다니기만 해서 도전할 마음의 공간이 없었다. 이번 여름휴가에는 내가 기획하여 아버님과 아주버님, 그리고 우리 가족 넷이 함께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가기 전, 패스트트랙 신청 - 픽업 차량 확인 - 체크인까지의 상황을 여러 번 생각하고 새벽 도착이라 생수도 넉넉히 챙겨갔다. 1일 1 마사지를 필수 코스로 하되 평소 긴장의 연속에 사는 신랑의 직업 특성상 가능하면 여유롭게 계획이 틀어져도 부담 없도록 풀빌라로 예약하고 관광 일정은 잡지 않았다. 여행을 할 때 가장 먼저 버려야 할 마음은 '하나라도 더! 지금이 아니면 언제!'라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그 조급함이 여행을 망치기도 하고 여유로운 마음이 전혀 들어 설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계속 다짐시켰다.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괜찮아! 다음에 할 것들을 남겨두자!"


무엇 때문인지 요즘은 꼭 해야 할 것도, 꼭 먹어봐야 할 음식도 없다. 예전에는 그게 참 어려워서 어디를 가면 나는 늘 쫓기듯 여행 다니고 신랑은 닦달에 볶여 몸을 움직이고 나는 그러면서도 신랑 눈치를 봤다. 이제는 여행은 느긋하게 해도 쫓기는 느낌이 없다. 언제든 유튜브로 간접경험도 충분하고 그곳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음식도 크게 없이 우리나라에서 모두 경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 여행은 정말 자유여행 맛보기였다. 베트남은 자유여행의 왕초보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가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트랑은 대한민국에 나트랑 놀이테마공원이 생긴 것 같이 한국인들로 가득했다. 자유여행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는 내게 친구들과 직장동료의 토닥거림은 진실이었다. 영어와 한국어를 혼합해서 써도, 카카오톡의 번역기능을 돌려 베트남어로 써도 소통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다만 내 머리 안에서 영어 단어를 찾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사실을 매번 느꼈고 점차 AI에 의지하며 살아갈 일상을 미리 경험하는 기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을 다녀와 한 달이 지난 지금, 여행에서 무엇이 가장 즐거웠냐고 묻는다면....

오고 가는 차량 안에서 아이들의 끝말잇기와 숙소에서 숨바꼭질이다. 특별한 경험을 찾아 여행을 떠나지만 사실 기억에 남는 건 좋은 곳에서의 식사나 풍경도 아닌 내 삶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들과의 작은 이야기들임을 다시 깨닫는다.


#1. 숨바꼭질

2층 풀빌라에서 첫째와 둘째는 숨바꼭질을 한다. '어쩜 이렇게 잘 숨지?' 하는 첫째와 '어쩜 이렇게 못 찾지?' 하는 둘째의 숨바꼭질은 서로를 찾아내거나 못 찾거나 간에 빈 공간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를 몰고 온다. 숨바꼭질을 하던 첫째가 우리 방으로 와서 "나 게임해도 돼?" 한다. 우리의 허락하에 첫째는 닌텐도 게임 속으로 들어갔다. 10분쯤 지난 후 둘째가 아주 밝은 얼굴로 방문을 열다가 첫째를 확인하고 표정이 변한다. "뭐야! 왜 나 안 찾고 여기서 게임하고 있어? 나는 지금까지 화장실에 계속 숨어있었는데 오빠야가 못 찾는 줄 알고 자랑하려고 왔는 데에!!!!" 큭큭큭큭큭큭큭큭.

둘째는 매우 화가 났지만 우리 셋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2. 끝말잇기

차량을 타고 이동할 때 두 남매 사이에 끝말잇기는 정해진 게임이다. 둘째는 아직 어휘가 약하다.

"아빠, 해년 있지? 해 년"

"야~ 그건 근데 너무 한 거 아니냐?"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웃으면서도 둘째의 어휘력 부족에 진심으로 걱정이 든다.

'어떻게 해녀를 해년으로 아는 거지?' 신랑의 말처럼 진짜 너무하다.

"그럼 해년 없어? 그거 날일인가 그거 할 때 본 것 같은데..."

우리는 스스로를 탓하며 스스로 잘못했다고 말한다.

"아~ 해 년? 있지! 미안해. 몇 년 몇 일 몇 시할 때 쓰는 년은 해 년이라고 해. 있어있어."

"힝~ 나빴어!"

둘째는 삐진 척을 하지만 나는 아이의 어휘력이 그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라 하며 나와 신랑이 가진 선입견에 반성했다.


#3. 끝말잇기

"자, 이제 할아버지도 같이 하는 거야"

끝말잇기가 차 안을 몇 바퀴 돌았다. 둘째-첫째-아버님 순서다.

둘째 "환전"

첫째 "전병"

아버님 "병... 병... 병신"

아이들 "그게 뭐야?"

나랑 신랑과 아주버님 "큭큭큭큭큭"

나 "아버님, 애들 아직 그런 말 몰라요. 병뚜껑?, 병원?"

아버님 "아, 할아버지가 미안. 병뚜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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