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한다면 꼭 볼 자료 추천 2가지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과 first1000
1.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
남북분단 상황은 나를 군대에 오게 만들었고, 이는 인생의 상당한 분기점이 되었다. 성인이 된 시점부터, 군대가기 전에 뭔가 하나정도 세상에 유의미한 것을 남기거나 이루고 가자는 생각이 있었다. 마치 내겐 마감일이 주어진 것 같았다. 덕분에 느슨해지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양날의 검이다. 좋은 점이 있으면 안 좋은 점도 있는 법. 그것은 바로 촉박한 마감일 때문에 '학습'에서 '습'에 치우친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지식을 적용하기에 바쁘다. 때문에 새로운 지식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는 힘들었다. 흔히 이런 것을 'technical debt'이라고 한다. 사업에서는 빠른 실행이 생명이기에 꼼꼼함과 완벽함은 챙기기 힘들다. 그래서 빠르게 실행하느라 몇가지 결점이 생기는데, 이것이 마치 빚과 같다고하여 'technical debt'이라고 한다.
그 빚이 내겐 많다. 다른 사업가들은 어떤식으로 성공하였는지, 어떤식으로 경영했는지에 대해 공부할 시간이 적었다. 내 비즈니스 분야와 밀접한 회사들에 대한 정보도 한없이 부족했다.
이 빚을 군대에서 메꾸고 있다. '학습'에서 '습'이 강제로 통제된 상황 속에서 '학'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았던 일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 악보 만들기
내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중에 한 명은 상대방의 공격 패턴을 악보로 만들고, 악보에 맞춰서 상대의 공격을 피하거나 상대에게 공격을 가한다.
엔지니어라면 이런 악보 만들기가 익숙할 것이다. 왜내하면 엔지니어는 말이라곤 통하지 않는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멍청한 돌맹이(=반도체)에게 굉장히 복잡한 명령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꽤나 유용한 사고방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 "Devide and Conquer"이라는 전략이다. 이는 복잡한 문제를 돌맹이도 이해할 수 있게끔 작고 쉬운 문제로 나누고, 그 작은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는 방법이다.
이 과정은 마치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이라는 복잡한 곡을 장조, 단조, 온음, 반음, 화성 등의 그나마 이해하기 쉬운 요소로 분해해서 이해하는 과정과 같다. 잘게 쪼개서 완벽하게 이해하고나면 왕벌의 비행아라는 복잡한 곡도 마스터할 수 있는 것이다.(이게 음악가한테 맞는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다만..ㅎㅎ 엔지니어에겐 적절한 비유임에는 확실하다)
이 방법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큐브, 체스, 슬라이드퍼즐과 같은 복잡한 것들도 쉽게 풀어가기 위한 기본 전략 중에 하나가 'Devide and Conquer'이다. 어려운 퍼즐도 작은 문제들로 쪼개서 풀면 쉽다. 체스도 오프닝, 미들게임, 엔드게임으로 나누면 훨씬 쉽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악보를 만들면 굉장히(또는 그나마) 쉬워진다. 브랜딩과 세일즈가 정확히 언제 어떤 용도에서 필요한지 구분할 수 있는가? 판매가 이뤄진 다음에는 무엇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지 아는가? 연구와 예술과 사업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가? 이 작은 문제들을 조합해서 악보를 만들었을 때, IQ104인 평범한 두뇌를 가진 나도 월급의 수 배를 벌 수 있었다.
3. 새로운 악보들
최근에 나는 다른 사업가들이 만든 악보를 학습하는데 시간을 쏟고 있다. 그 중에 내 비즈니스와 직접적인 관련은 멀지만 다양한 사업가들을 공부하기 위해서 보고 있는 자료는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 리드 호프먼 등 3명>과 'First1000'이라는 블로그다.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에는 링크드인 창립자인 리드 호프먼이 해외 유명 사업가들을 인터뷰하는 팟캐스트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대략 50개 기업의 대표들로부터 '거절', '실패', '아이디어', '기업문화', '실행력', '리더십'에 대한 인사이트가 정리되어 있다.
'First1000'이라는 블로그에는 우버, 넷플릭스, 틱톡, 깃허브 등 현재의 유명 시비스들이 어떻게 과거에 첫 1000명의 고객을 만들었는지에 대해 정리되어 있다.
훌륭한 사업가들의 악보들을 보면서 '좋은 악보'란 어떤 것인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좋은 악보'라는 패턴을 벗어난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내가 쓸 수 있는 수와 아이템들이 어떤 것들인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좋은 사업가들의 예시를 보면서 직접 만든 나의 악보는 언젠가 블로그에 정리할 예정이다. 더욱 더 패턴이 선명해질 때 정리할 것이다. 나처럼, 성공하는 사업에 대한 악보가 필요하다면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과 'First1000'을 추천한다.
끝으로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에서 마음에 들던 부분을 인용하며 마무리하겠다.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일까? 첫번째는 왕성한 호기심이다. '이게 먹힐까?', '이게 사업이 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두번째는 행동력이다. 잠재력 있는 아이디어를 찾으면 앉아서 고민하기 보다는 일단 행동에 옮긴다. 세번째는 협력이다. ...(중략)... 마지막은 '그릿'이다. 기업가로서 겪게 될 실패를 딛고 집요하게 계속한다. 기업가에게 실패는 필연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