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열이 너무 길어~~

많이 차면 넘치는 거야!

by 착한새

누군가가 그랬다고 한다. 많이 차면 넘치는 거라고.


그래서 계속 채우기만 했다. 도서관, 주민센터, 온라인 하다못해 국어국문학과 학부과정까지. 그것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녔고 들었다. 그렇지만 터져 나오지가 않았다. 핑계를 대고 있었다. 나를 드러내기가 두려워하고 싶지 않았다.

남들은 생각 보다 나의 이야기를 자세히 보지 않는다. 그리 관심 갖지 않는다라는 것도 들어서 알고 있었고 실제로도 그런 것 같다. 그런데도 쉽게 써 지지지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쓰려고 할까? 아니면 왜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유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왜 매 학기 문화센터나 주민센터 글쓰기 강좌를 기웃거리고 있는지. 왜 매번 깜빡거리는 컴퓨터 커서를 고통스럽게 쳐다보고 있는지. 학창 시절 우연히 받은 글짓기 상 때문에? 아니면 남편과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 글쓰기를 계속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서인가? 아니면 무엇일까?

쓰지 않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 깜빡거리는 커서를 외면할 수 있고, 컴퓨터 하드 저편에 글쓰기 폴더를 감춰 버리면 된다. 그렇지만 새순이 도는 봄이 찾아오거나 낙엽 지는 가을이 찾아오면 다시금 하드 메모리를 뒤져 보고 있는 나를 어김없이 발견한다.

가슴과 머리에 차서 넘치면, 아니면 나이가 들면, 아니면 아이들이 다 크면 자연스레 해결될 거라 생각하며 지내 왔지만 지금은 이제 그 모든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시점이 넘었다. 아이들은 다 커서 손이 가지 않고, 매일 하던 집안 일도 많이 줄었고, 회사 생활도 이제는 많이 편해져서 언제고 어느 때고 무엇이든 할 수가 있는 시기이다. 그럼에도 시작을 못 하고 있는 것은 결국 나의 게으름 탓이 아닐까? 나를 드러내기 싫다는 이유는 핑계이지 않을까?

다시 싸늘하지만 아름다운 가을이다. 나는 또 글쓰기 수업 강좌를 찾아 어슬렁거린다. 앞 짐이 아닌 뒷짐을 지고서, 한 발짝 뒤에 물러서서. 요번에도 이러다 말 것인가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