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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생 Sep 18. 2022

유쾌한 가족의 대화 8

“고객님 서비스가 부족하셨군요”

사랑을 주기만 하는 엄마도, 종종 아이에게 사랑을 확인받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흔히 하게 되는 말은, “엄마가 더 좋아? 아빠가 더 좋아?”다.


아이에게 극단적인 고민을 하게 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말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아이에게 그런 판에 박힌 말을 하지 않고도 애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고단수의 엄마랄까!


교묘히 그런 말을 피하면서도, 아이 입에서 “엄마가 더 좋아”라는 말을 나오게 할 수 있다고 자신하며 물었다.


(저녁에 아이를 목욕시키며)


엄마 : 혜성아, 혜성이는 목욕 할 때 엄마가 목욕 시켜줄 때도 있고, 아빠가 해줄 때도 있잖아. 엄마가 해줄 때랑 아빠가 해줄 때 어때~?


이미 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샤워기 도 꽤 내려 줬다. 지금이 아이 기분이 가장 좋을 때다.


*샤워기비 : 샤워기를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수직으로 높이 들어주면 아이가  아래로 지나다니는 놀이. 똑같은 샤워기라도, 샤워기를 높이 들면 물줄기가 더 넓게 흩어지고 약해져서 아이가 엄청 좋아한다. 얼굴에 물이 닿는 걸 싫어하는데도 용감하게 샤워기 비를 맞았다며 의기양양한 기분이 드는 건 보너스.


그러니, 지금이 바로 “엄마가 더 좋아”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타이밍!!



혜성 : 음… 엄마가 셔워 시켜줄 때는 발 뒤꿈치를 씻겨줘. 그런데 아빠가 해줄 때는 뒤꿈치를 맨날 안 닦아줘서 맨날 끈적끈적하다? 헤헤헿 웃기지? 엄청 끈적끈적해!!!


엄마 : 어머…그래? 아빠는 뒤꿈치 안 씻겨 주는구나…(처음 안 사실)


혜성 : 응! 그래서 양말 신을 때도 신발 신을 때도 어린이집에서도 아빠가 셔워 해주면 뒤꿈치가 다 끈적끈적하다?


의외의 대답에 놀라며 뒤꿈치에 이어 발가락 사이사이를 문질러 닦는다.


혜성 : 아, 그리고!! 아빠는 발가락 사이사이도 안 닦아!


엄마 : 아… 그래?(또 알게 된 새로운 사실)


혜성 : 아잇, 간지러워! 헤헤헤헿


애정도 테스트로 접근했다가, 서비스 평가를 당했다.


그나저나 아빠는 디테일이 좀 떨어지는구나. 큰 깨달음을 얻고 끝나버린 나의 애정도 테스트.


끝내 엄마가 더 좋아라는 말은 듣지 못했지만 일종의 수확은 있었다.


어쩐지 내가 닦을 때마다 뒤꿈치 때가 장난 아니더라니. 그냥 열심히 뛰어놀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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