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67점의 독서법>
나는 속독을 못한다. 그래서 속독을 안 한다.
사실 나의 국어 실력은 형편없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로 된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하는 것도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중학교 때 나의 국어 점수가 67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내가 혹시 외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나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수능 언어 시험 때는 정해진 시간 내에 빨리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리저리 꼬아 놓은 문제의 답을 20%의 확률로 찍기 바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책을 더 멀리했나 보다.
하필이면 겨우겨우 들어간 나의 첫 회사는 책을 읽으라고 지시했고, 대부분이 자기 계발서였던 것 같다. 숙제하는 마음으로 읽고 쓰고, 깨달은 게 무엇인지 쥐어짰다. 당연히 이 책을 내 삶 어디에 적용해야 할지는 찾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책을 다시 읽어보기 시작했고, 나만의 독서법을 찾았다.
책을 읽다 보면 정말 '하얀 건 종이요, 까만 건 글씨로다' 싶을 때가 있었다. 방금 읽은 내용이 그대로 휘발되어 버리는 거다.
책을 읽는 자아와 딴생각을 하는 자아 속 사이에서 문득 '이럴 수가 방금 읽었는데'라고 생각하며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자책하면서 문득 학창 시절의 '수학의 정석' 책이 떠올랐다. 이러다가는 집합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결심했다. 뭐가 됐든 간에 뒤로 물러서지 않고, 일단 읽어 나가기로. 책의 마지막 페이지 숫자까지, 끝까지 읽어내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하기 위한 방법은 딱 하나였다.
소리 내어 읽는 것.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마치 내가 이 책의 작가가 된 것처럼, 소리 내어 강연하듯이. 손짓을 허공에 휘두르고, 때로는 마음까지 담아 표현해 가면서 말이다. 마치 앞에 수강생이 있다고 생각하며 중얼중얼 소리 내어 읽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목표를 조금씩 이루고 있다. 비록 느리지만,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씹어가면서 읽었다.
오늘도 책을 읽어 내리는 나와 동시에 다른 생각을 하는 나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한번 저의 독서법을 권해드리고 싶었다.
요약하자면,
일단 읽자.
다시 앞페이지로 돌아가지 말자,
그러면 절대 나아갈 수 없다.
그리고 뭐가 되었든 끝까지 읽자.
마지막으로 소리 내어 읽자.
그리고 부족하지만, 그런 내가 글도 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