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배송 이전에 ‘안전한 배송’ 이제는 ‘포장’이다!
디지털을 역행(?)하는 아날로그 시대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이다. 이렇게 디지털화가 일반화된 세상에 최근 재밌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아날로그 음악의 상징인 LP(Long Playing Record) 시장이 디지털 음원 시장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아날로그에 빠진 사람들은 고가의 턴테이블 구매는 물론 쉽게 구하기도 힘든 LP판을 찾아 구매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들을 ‘매니아’라 부른다.
비단 LP 시장만 그럴까. 도서시장도 이와 비슷하다. 전자책, 스마트폰 등 디지털 시장의 성장으로 도서시장이 잠식될 것이라는 주장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 딜로이트는 “올해 전세계 출판시장의 80%가 인쇄물이다”고 밝혔다. 아직까지도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셈이다. 때문에 아날로그 종이책이 사라지고 디지털 전자책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은 아직 섣부르다. 도서만이 줄 수 있는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라 부를 정도는 안 되지만 다양한 IT 기기를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PDA가 대중에게 그리 익숙지 않던 2003년부터 휴대전화와 PDA가 결합된 PDA폰을 사용했고, 지금은 스마트폰과 아이패드(iPad)는 기본이고 여러 개의 스마트 밴드 또한 사용하고 있다. 그중엔 물론 e북 단말기도 있다.
사실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e북 단말기는 모두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때문에 필자도 한동안 전자책만을 구입해서 책을 읽고자 노력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자책이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편리함과 가격 모두를 비교해 봤을 때, 당연히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뛰어나지만 필자는 언젠가부터 종이책을 다시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책이 주는 ‘감성’, 책장 넘기는 맛을 포기하지 못함이 그 이유다.
실제로 디지털 재화와 경쟁하는 ‘아날로그 감성재’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성장의 중심에는 아날로그 제품군에 충실한 매니아 계층이 있다. 매니아들은 콘텐츠의 내용을 담은 상품의 본질적 기능 외에 물질적인 소장의 기능을 절실하게 추구한다. 실제로 LP와 종이책을 주문하는 고객들은 상품을 소유하고 보관하려는 의지가 강한 성향이 있다. 때문에 그들은 상품에 대한 파손을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사실 CD와 LP의 경우 모서리가 약간 파손되더라도 음악을 듣는 본질적 기능을 추구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도서의 경우도 겉표지가 구겨지거나 손상 됐다 하더라도 책을 읽는데 하등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렇게 파손된 상품을 구매하기 꺼려한다. 이것은 구매한 물건을 ‘소중하게’ 소장하고픈 매니아들의 심리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이런 성향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구매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구매는 오프라인 구매와 달리 ‘배송’이라는 단계가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소중한 애장품을 구매하고픈 매니아들은 배송과정에서 일어나는 ‘작은 파손’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소비자들은 작은 파손 하나에도 반품을 요청하고, 해당 온라인몰에서 다시는 구매를 하지 않는 구매행태를 보인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화물을 고객에게 빠르게 배송하는 것 이전에 ‘안전한 배송’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이유다.
‘포장’은 이런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이다. 실제로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매니아들의 까다로운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더욱 안전한 포장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교보문고의 경우 ‘프리미엄 배송’이라는 이름으로 주문도서의 랩핑 서비스를 도입했다. YES24 또한 LP 매출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해 업계 최초로 ‘LP 안전포장 서비스’를 도입하여 안전한 포장, 배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품들이 그저 도서와 LP판 뿐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엄청나게 많은 매니아층을 보유한 아날로그 상품들이 많다.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매니아들의 다각화된 ‘안전한 배송’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포장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특명! ‘신선함’을 지켜라.
전자상거래에서 거래되는 수많은 카테고리 중 최근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것은 ‘신선식품군’이다. 지난 CLO 기고를 통해서도 한번 언급했지만 신선식품 시장은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 e커머스 제2전성기“먹거리 전쟁” ) 그리고 유통업체들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프라인 마트의 온라인 사업 부문 강화다. 한 예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초 발표한 ‘향후 10년 청사진’을 통해 복합쇼핑몰, 온라인몰 등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안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지난해 이마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신세계그룹은 2020년까지 수도권에 6개의 물류센터를 구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고객들의 신선식품 배송 니즈에 따라 식자재 유통업체들이 물류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신선식품 시장의 성장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 대형마트 뿐이랴. 산지 생산업체들 또한 고객들의 니즈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사실 이들은 유통업체에 비해 가격 측면에서 유리하다. 중간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을 경우 가격은 더욱 싸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또한 저렴한 가격에 끌려 식자재 유통업체가 아닌 산지직송 업체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산지직송 배송을 위해 필수적인 것은 바로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포장 기술이다.
사실 산지에서 생산된 식품들이 아무리 싸고 신선하더라도 배송 과정에서 파손, 변질이 일어나면 일부러 산지 직송하는 의미가 없다. 그것은 특히 ‘생물 배송’의 경우 더 극명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소비자들은 살아있는 상태의 생물을 원하고 배송 요청했는데, 배송 과정에서 생물이 죽어버리면,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자체와 산지 생산자들은 신선하고 안전한 배송을 위한 자체적인 포장 역량 강화를 위해 경주하고 있다. 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업체들 또한 화주를 만족시키기 위한 포장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경기도 여주시에 있는 축산업체 에덴농장은 ‘에그박스’라 불리는 계란 전용 포장 박스를 사용해서 소비자까지 산지 직배송 한다. 에덴농장은 당일 낳은 달걀을 당일 배송한다는 컨셉으로 고객 만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도로 유명한 영동군은 지난 2007년 포도클러스터사업의 일환으로 1,0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자, 포도택배전용 포장재(공중부양식)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지난 2009년에는 국내 최대 농산물 홈쇼핑사인 ‘농수산홈쇼핑’을 통해 전국 지자체로써 최초로 생과포도 판매방송 40분 만에 1천580건(매출 4천787만4천원)을 주문받는 기록을 세웠다.
수산물 포장은 배송하는 제품이 대부분 생물이기에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포장재 제조업체 벌룬스틱스는 최근 바닷물과 산소를 함께 주입하는 방식의 ‘싱싱 산소팩’ 포장을 개발하였다. 소비자들은 이를 통해 살아있는 낙지와 조개를 받아 볼 수 있게 됐다.
국제 배송 포장을 위한 두 가지 숙제
요즘 모바일 시장의 성장과 함께 빠지지 않고 회자되는 이슈 중 하나는 ‘직구’를 통한 글로벌 쇼핑이다. 사실 직구를 통해 해외 유명 쇼핑몰에서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된지 오래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 물량 1553만 건, 매출 15억 4천만 불로 또 다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밝혔다.
그러나 해외 발송 건수 증가는 온라인 쇼핑몰들에게 포장에 대한 몇 가지 숙제를 던져줬다. 국가 간 장거리 이동하는 과정에서 상품 파손을 최소화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배송 무게를 줄여야 하는 또 다른 목표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됐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는 매우 어렵다. 해외 배송비의 경우 균일하게 책정된 국내 배송 단가와 다르게 부피와 무게, 그리고 거리에 따라 단가가 책정된다. 때문에 파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충진재를 많이 사용한 포장을 한다면 그만큼 무게와 부피가 늘어나게 되어 지불해야 되는 배송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작업 생산성 저하’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물류센터 또한 해외로 발송하는 물량이 있다. 이런 물량은 처음 기획부터 안전 배송에 포커스를 맞추고 꼼꼼하게 포장 하는데 이렇다보니 포장하는 시간이 국내 배송 포장에 비해 몇 배가 더 들어 운영비가 덩달아 높아졌다. 게다가 해외배송 화물 포장과 관련된 기술은 떠오른 직구 시장과 달리 아직 많이 부족하기에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전자상거래가 성장할수록 빠른 배송 이상으로 안전한 배송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안전한 배송을 위해서 포장은 필수불가결적인 요소다. 그러나 포장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빠른 배송’을 위한 치열한 전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안전한 배송’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봄은 어떨까. 안전한 배송을 위한 포장 기술의 발전은 필히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