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낯선 묘지를 위한 노래

by 나는꽃

하얀 크로바 꽃이 융단처럼 깔려있고

키 큰 유칼립투스가 옹기종기 모여 살며

작은 벌새들이 노래하는

작은 숲, 그곳으로 가자


때는 여름

태양은 눈이 부시게 금빛 햇살을 쏟아놓고

매미들이 하루 종일 낭자하게 울어대도

깊고도 엄숙한 기품에

깨지지 않는 적막


아름드리 나무들 가운데 서 있는

작고 여린 나무가

잠시 쉬었다 가라고

가만히 나를 부르네


아득한 세월을 한결같이

나무만 안고 살아온

검버섯 가득한 돌의자가

늙은 몸을 내어주며

친구처럼 가다가다 또 들려 달라고

나지막이 속삭이네


이따금 새와 바람이 놀러 와 재잘거리고

지나는 사람 서넛이 잠시 쉬었다 가는

서른, 꽃다운 나이에 영원히 잠든

맑은 영혼의 그가 거하는 곳


돌의자 뒤로

곧게 새겨진 이름 B.J.F

백 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스러지지 않고

삶과 죽음을 안았던 육체는 가고 없어도

아름다운 그 이름 죽지 않고 산다

이곳을 스쳐갈 수많은 친구들과 함께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