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꽃 앞에서

by 나는꽃

오 년 전,

작은 삽목이 땅에 스며든 날부터

기다림은 뿌리 깊이 밤과 낮을 잇고 있었다


오늘,

처음 마주한 꽃은

기쁨보다 먼저 숨을 고르게 하고

시간조차 잠시 멈춘 듯 고요를 드리운다


어스름밤,

달빛과 그림자가 서로를 스치며 길을 잃은 자리에서

부부는 말없이 손끝으로 꽃가루를 옮긴다

꽃은 단 한 번의 시간을 허락하고

밤은 그 섬세한 순간을 그대로 감싼다

바람조차 숨죽인 채 꽃잎 위를 스치며 지나간다


하룻밤 피고 지는 꽃

그 짧은 빛이 기다림을 온전히 물들이고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기도는

조용히 꽃가루를 타고

꽃에서 열매로 이어지기를 기다리며

밤과 우리는

그 잠깐의 기적을 마음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