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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미 Jul 10. 2020

마음이 단단해지는 과정

실패와 두려움으로부터 알게 된 사실

늦둥이 외동딸로 태어나 10살이 되든 해 엄마께서 마음이 아프시기 시작했다. 아픈 엄마에게 늘 잘하고 있는 딸 든든한 딸이 되고 싶었다.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이 내게 찾아오면 괜찮다며 넘겨버리곤 했다. 두려움을 늘 피하기만 했던 내게 3년 전 두려움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나는 고졸 취업으로 1년 늦게 대학을 입학하게 되었다. 1년의 대학 생활을 마무리할 무렵 마음속에서 늘 담아두었던 가슴 뛰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쇼핑몰 창업이었고 무작정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견이 맞았던 친구와 함께 동업하게 되었다. 물론 주변에 아는 분도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밤새 고민을 하고 검색을 하기도 했다. 또한 동종업계 사장님을 만나 뵙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했다.


다행히도 동종업계 사장님을 만나 뵐 기회가 생겼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는 아르바이트하고 막차를 타고 동대문에 올라가 첫차를 타고 내려왔을 때 밤을 지새워도 정말 행복했다. 거리가 꽤 멀어 몸과 마음은 지쳤지만 설레는 가슴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업은 2년으로 마무리하게 되었고 빚도 생겼다. 그리고 엄마의 입원과 갑작스러운 집안 환경의 변화로 두려움을 가장 많이 느끼고 감정의 밑바닥을 경험했다. 엄마께서는 어깨 수술을 하셔야 했고 당뇨로 인한 골다공증으로 인해 허리 두 마디 정도가 내려앉으셨다. 아빠와 나는 돌아가면서 병실을 지키게 되었고 병원비 낼 돈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자책을 정말 많이 했었다. 병실 밖 소파에 앉아 눈물을 흘렸고 잠을 자기도 힘들었다. 나를 위로하는 목소리조차 하나도 들리지 않았고 한숨만 내쉬는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그때부터 나는 늘 불안함과 초조함을 느끼며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사업실패로부터 선택의 두려움과 도전에 두려움이 생겨 무엇인가를 시작하고 선택하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3개월의 입원 끝 엄마께서 퇴원을 하신 뒤 엄마는 나의 손길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었다. 엄마의 샤워를 도와드려야 했고 아침 점심 저녁을 차려드려야 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들과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했다. 


주변에서는 늘 내게 엄마가 아프니까 네가 잘해야 한다. 엄마가 아파서라는 말이 항상 붙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잘해야만 되는 것 같았고 실수를 하면 자신을 더 채찍질하기 바빴다.


점점 말라가고 약해지는 엄마의 모습을 볼 때마다 두 마디가 내려앉아 허리가 굽은 엄마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시간이 부족하듯 마음은 점점 조급해졌다. 어떻게 보면 나는 스스로 두려움을 만들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엄마와 샤워를 하는 동안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고 아침 점심 저녁을 차려드리며 어릴 적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챙겨주던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어릴 적부터 덮어버리고 늘 피해오던 말들이 내게 상처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늘 따라오던 주변의 말들이 내게 상처라는 것을 스스로 채찍질하지 않아도 조금은 실수해도 괜찮다는 것을 그리고 마음의 조급함은 스스로만이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아직 완전히 힘듦을 극복하진 못했다. 다시 그때의 기억을 상기시킬 때 고스란히 감정이 전해져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는 것을 보니 말이다. 여전히 두려움 앞에 늘 망설이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책을 읽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쯤 마음에 와 닿았던 책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며 위로를 받기도 했다.


자기 전 침대 옆에도 출근할 때도 꼭 책 한 권씩 가지고 있었다. 글에서 한 줄의 힘으로부터 다시 힘을 얻으며 버텼다. 그렇게 조금씩 시간이 지나 나 또한 누군가 한 사람에게라도 힘이 되고 진심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나는 그동안 많이 성장했고 지금도 매일 성장하고 있다.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글을 쓰면서 두려움을 확인하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만 하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10대 시절을 버텨왔던 내게 20대에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늘 새로운 도전은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설렘으로 인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또다시 실패를 한다면 감정에 흔들림을 반복할지도 모른다. 그럴 땐 잠시 감정을 쏟아내기도 하고 때로는 잠시 도망가기도 할 것이다. 마음을 정리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잠시 쉬어가면 된다. 우리는 실패로부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두려움을 버텨내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그렇게 차근차근 성장하면서 마음의 단단함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실패는 인생에 한 걸음을 다시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 내게 실패와 두려움은 나의 발끝에서 함께 걸어주는 그림자와 같은 모습이다. 두려움은 항상 나와 같이 있고 실패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두려움으로 인해 나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고 실패로부터 더 많은 경험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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