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때려치우겠다고 하니 동생이 물었다.
"그러면 그 말하고 싶은 욕구는 어떡하려고 그래?"
며칠 전부터 유난히 바쁘고 그래서 피곤했다. 시간에 쫓길 정도는 아니지만 더위 속에 많은 일을 해내려니 여유가 없다는 느낌에 지치는 내가 싫었다. 딱 이럴 때쯤! 나는 글이 쓰고 싶다.
지금 생각하는 것들이 휘발될까 봐, 시간이 지나서 쓰면 '지금 이 순간'에 느낀 것을 쓸 수 없을까 봐 그런 것도 분명 있다. 하지만 더 큰 건 '당장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고 싶다'라는 마음인 것 같다.
친한 사람들은 나를 설명충, 질문충이라 부른다. 뭘 그렇게 알고 싶은 것도, 말하고 싶은 것도 많냐면서. 학교에 있을 땐 동료교사들이나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많이 했다. 특히 수업시간에 제자들과 함께 토론하고 대화하는 걸 무척 좋아해서 나의 학급이 된 친구들은 발표를 유난히도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더랬다.
지난주,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크리에이터 활동을 위해 난생처음으로 만화를 그리게 되었다. 한때 웹툰 작가가 되고 싶다며 만화가들의 모임에 쫓아다녀본 적은 있지만 직접 콘텐츠로 개발해 본 적이 없었기에 무척이나 어색했다.
그림을 직접 그려서 해보겠다고 휴가를 앞두고 잠도 못 자고 열심히 작업했지만 3번이나 수정을 부탁받았다. 힘들었다. 글자로만 되어 있는 기획서를 만화로 만드는 것 자체도 힘든데 기획자와 디자이너(나), 그리고 대표님 세 사람이 모두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으니 그것을 조율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더욱 글이 쓰고 싶었다. 나는 왜 그림을 그리지 않고 글을 쓰는 사람인지에 대해 골똘히 궁리했다. 나에게 그림은 은유적이고 상징적이다. 에둘러 빙빙 거리를 두며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에 비해 글은 직설적이고 또한 속마음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글을 쓸 때에도 읽는 이나 쓰는 내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문체나 단어를 가지 치며 퇴고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많이 써도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이 나를 굉장히 자유롭게 한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
글을 쓴다는 욕구
제목을 고르면서 '글을 쓴다는 욕구'라는 표현이 맘에 들었다. 단순히 '하고 싶다'라는 느낌을 넘어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목구멍까지 차올라오는,
당장 해버려야 할 것 같은
그런 욕망을 드러내는 단어로 괜찮은 것 같다.
동생이 언급했던 '말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퇴직 후, 조금 힘든 때도 있었다. 퇴직 후 남편 직장 이동으로 가서 살게 된 시골에는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궁금해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20년 말부터 지금까지 브런치스토리를 계속해서 운영해 오면서 그 욕구는 충분히 해소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 그건 내게 숨을 쉬는 것과도 같은 가보다. 쓰고 나니 후련하다. 마음에 산소가 공급되어 편안해지고 노곤노곤해진다. 이제 휴식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