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의 매력에 빠지게 해주겠으!
미드 범죄의 재구성의 영어 제목은 'How to get away with Murder'이다. 시리즈로 제작된 영화들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1탄은 주인공 소개, 2탄은 대등한 악한 세력의 등장, 3탄은 자기 정체성과의 싸움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예로, 스파이더맨 1(2002)은 스파이더맨 소개, 스파이더맨 2(2004)에는 닥터 옥의 등장, 스파이더맨 3(2007)은 심비오트에 감염된 스파이더맨 자신과의 싸움으로 볼 수 있다. 드라마는 좀 다르다. 시즌이 3개 이상 넘어갈 경우 이런 특징이 흐릿해진다. 오히려 관계 패턴이 계속 반복되면서 빠져나올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시즌이 계속된다.
'How to get away with Murder'를 보기 시작한 이유는 시즌 1 에피소드 1화의 첫 장면이 매우 강렬했기 때문이다. 로스쿨 교수가 첫 강의에 들어오자마자 '살인죄를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승률이 높은 변호사로서의 자신감뿐 아니라, 마치 살인을 해 본 것처럼 말하는 교만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반면, 시즌 6까지 계속 보게 된 이유는 인물들의 관계와 범죄에 대한 그들의 반응이 정형화된 채 반복되어서가 아닐까. 지루하지만 자연스러운 그 패턴이 언젠가 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시즌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을 고르라면 단연 시즌 1이다. 그 이유는 첫째, 스토리 전개 방식이 매력적이어서 다. 시즌 1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보여주는 축과 스냅사진처럼 중간중간 끼워 넣은 첫 번째 살인 사건 축, 2개로 되어 있다. 미래에 발생할 살인 사건의 조각을 과거에 조금씩 삽입하여 시간이 흐르면서 살인사건의 완성에 이르게 하는 구조이다. 굉장히 특이하고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누가 죽었을까? 에 관심을 가지다가 나중엔 누가 죽였을까?로, 그리고 왜 죽였을까? 까지!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가는 것 같았다.
둘째, 살인으로 인해 형성된 관계가 흥미로워서다. 다양한 출신 배경의 주인공들이 로스쿨에 입학한다. 서로를 잘 모르기에 경계하며 키팅의 관심을 독차지하려는 학생들이 우발적으로 살인을 함께 저지른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닌, 비밀을 지켜야 하는 것에서 오는 연대의식은 참으로 얄궂다. 죄책감에서 빠져나가려 기회를 엿보는 키팅 5. 시즌 초반에는 서로를 자신에게 범죄를 저지르게 만든 나쁜 사람으로 인식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같이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좀 우습다. 사람이 좋아서, 같이 있는 시간이 즐거워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살인죄를 면하기 위해서 만나다 보니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뭔가 거꾸로 된 느낌이 들어서다.
셋째, 죄책감으로 인한 인간성의 변화를 볼 수 있어서다. 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것을 바라보는 각 개인의 태도가 너무나 다르다. 평소의 자신만만함은 사라지고 원래 어떤 사람인지 드러난다. 웨스는 너무 담담하고, 레베카와 미카엘라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놀랐다. 코너는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고, 로럴은 학생들을 진정시킨다. 왜 그럴 수 있는지는 시즌이 연속되면서 밝혀지지만, 보기 전에 상상해보는 것도 즐겁다. 원래 흥분을 잘하지 않는 기질 때문에 담담한 것일까? 처음 겪는 큰 일엔 저렇게 놀라는 것이 당연한 건가? 만약 저들과 같이 있었다면 나는 어떤 반응을 했을까? 가장 놀라운 건 애널리스가 자기 남편이 죽었는데도 그 일을 덮어버렸다는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즐거움이 있어 미드 범죄의 재구성을 계속해서 시청하고 있다. 시즌 6으로 오면서 키팅에게 약간의 변화가 일어날 듯하였으나 그는 역시나 애널리스 라 여전히 똑같고, 다른 주인공들도 처음과 비슷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계속 기다린다. 그들이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길, 죄책감에서 벗어나길, 관계 패턴이 깨지고 서로에게서 자유로워지길.
혹시 그 즐거운 기다림에 동참할 사람 있으면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