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병원 실습!! -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곳, "병원".
2021년 1월에 나는 첫 병원 실습을 나가게 되었다. 주로 첫 실습은 성인 간호, 아동 간호, 여성 간호, 등의 과목을 바탕으로 하는 실습이 대부분이던데, 우리는 기본간호 과목부터 임상실습을 하게 되었다.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던 부분이었고, 덕분에 나는 어느 대학병원 종합 병동(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치과)으로 배정을 받아 2주간 임상 실습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실습은 다들 둘둘씩 짝지어진 채로 Day와 Evening 근무를 격주로 출퇴근을 했는데, 나는 조 내에 학생 수가 홀수로 떨어지는 바람에 혼자 짝 없이 2주간 실습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실습 나가기 전에 도대체 뭘 준비해야 되는 건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 내가 어떤 업무를 배우고 수행하게 될지, 준비물은 무엇인지, 간호사 선생님들과는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모르겠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게 막막하고, 답답하고, 불안하고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그래도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실습 전에 나름 혈압 측정하는 법이라도 손에 충분히 익혀야 한다는 마음에 친구들을 붙잡고 시도 때도 없이 혈압 측정법을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ㅎㅎ
나는 병원 실습 2주 중에 첫 주는 이브닝 근무였고, 둘째 주는 데이 근무로 배정을 받았다. 첫 주에는 혼자 실습하느라 눈치도 많이 보고, 궁댕이 가볍게 액팅 선생님들 쉴 새 없이 쫓아다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얼음팩, 네뷸라이저, bst, v/s, 환자복이나 이불 가져다주기, 체위변경 보조, 등)은 최대한 선생님들 손 안 댈 수 있게끔 빠릿빠릿 움직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였다. 첫 일주일은 적응 기간이었달까? 그중에 실습 첫날에는 무작정 실습하러 갔다가 7시간(코로나 덕에 9시간에서 단축 실습이었지만) 동안 병동을 내리 뛰어다니다만 보니 다리가 아파 죽을 거 같아서 둘째 날부터 4만 원짜리 압박 스타킹을 신고 했는데, 진짜 살 거 같았다. 그 후 2주간 스타킹은 진짜 뽕을 뽑았다.. 실습 필수템이로다..!
그렇게 첫 주 이브닝은 혼날 일도 칭찬받을 일도 없이 아주 조용히 지나갔다. 엄마 말로는 첫 실습에 혼나지 않고 잔소리 하나 안 들은 거 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이라고 하셨다. 너무 조용하고 별 얘기들 없으셔서 내가 잘하고 있는 건 맞나 생각이 들고 있었는데, 엄마 말을 듣고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둘째 주 데이 근무는 새벽 출근이라 몸이 피곤하기는 했지만, 환자분들과 선생님들 성향을 어느 정도 전 주에 파악이 된 상태라 더 편하게 근무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선생님들이랑 정도 들기 시작하고. 장기 입원 환자분들이랑 교류도 생기고, 맡은 일에 익숙해지고, 환자분들 병실이랑 이름과 얼굴까지 매치도 돼서 몸은 힘들었지만 전 주보다 마음의 여유가 생긴 덕에 실습 기간을 더 즐기고 누릴 수 있었다.
한 겨울에 새벽 출근은 솔직히 힘들기도 했지만, 뭔가 낭만적인 매력도 꽤 컸다. 이브닝 때 밤늦게 퇴근이나 데이 새벽 일찍 출근이나 밖이 어둑어둑한 건 똑같은데, 왠지 새벽 출근은 괜히 내가 조금은 더 부지런한 사람이 된 거 같고, 여러 생각과 감성이 막 쏟아져 나와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폭이 더 다양해지고, 더 알차고 나은 하루의 시작을 보내는 기분이었다. 역시 새벽 감성... ㅋㅋㅋㅋ 컨트롤하기 힘들기 때문에 평소에는 좋아하지 않지만, 데이 근무 일주일 동안은 나쁘지 않았던 거 같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코 시린 바람맞으며 종종걸음으로 버스정류장에 가서, 한적한 길 끝을 바라보며 버스가 보이면 시린 손으로 카드를 꺼내고, 버스 첫 손님으로 기사님께 인사하고, 이 시간에도 차들이 움직이는구나 창밖의 야경을 보면서 출근하는 이 기분... 왠지 마음에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언젠가 한 번씩 마음이 좋지 않을 때, 억지로 새벽에 일어나서 버스 타고 한 바퀴하고 들어와도 괜찮은 기분전환이 되겠다 싶었다. 다음에 기회 만들어서 한번 도전해봐야지.
2주의 실습 기간 동안 병동에서 여러 재미있는 해프닝들도 있었는데, 그 이야기들은 나만 보는 일기장에 잘 간직하고 있다. 언젠가 미래에 능수능란한 간호사가 되어 환자를 대하는 일상이 무료해질 때, 한 번씩 꺼내보며 최소한으로 소소하게 환자들을 돌보는 일상 속에서도 기뻐했던 초보 간호실습생의 초심을 기억할 수 있는 힘이 될 거 같다.
사람은 아플때 가장 서럽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다면 나는 사람들이 가장 서러워하고 있을때,
그들에게 가장 큰 힘과 위로가 될 수 있는 간호사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조심스레 해보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