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2003 시즌, 드래프트 1 pick으로 데뷔한 고교 졸업 신인이 'King' 칭호를 받기까지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르브론 제임스', 그는 남다른 순발력과 체공력을 바탕으로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탱크와 같은 돌파 능력을 과시했다. 접전 상황마다 터지는 속공 덩크와 정확한 중장거리 샷을 바탕으로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농구 레전드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세계 최고의 농구 리그 NBA에 매년 데뷔하는 유망주들은 수십 명. 하지만 이들 중 5년 넘게 버티며 주전으로 살아남는 선수들은 극히 소수다. 르브론은 큰 부상을 입지 않는 강인한 피지컬과 동료 선수들도 혀를 내두르는 엄격하고 꾸준한 자기 관리를 통해 무려 20 시즌 동안 '세계 최고 농구 선수'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어느덧 그의 나이 마흔에 다다랐다. 당돌하면서 패기 넘치던 앳된 얼굴은 굵은 주름이 파이고 수염은 덥수룩하다. 경기 내내 지치지 않고 상대의 골밑을 헤집고, 오른손을 도끼처럼 쭉 뻗어 토마호크 덩크를 꽂던 그의 몸놀림은 현저히 느려졌다. 하지만 그는 오늘 NBA와 세계 농구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대기록을 세웠다.
38,387 점, 20 시즌 가까이 매 경기 30+ 득점을 올려야 가능한 어마무시한 숫자. 80년대 쇼타임 LA 레이커스의 골밑을 지키던 명센터이자 올타임 레전드. 커다란 투명 고글을 항시 착용하는 백넘버 33번. 전설적인 센터이자 맞수 '윌트 체임벌린'조차 막기 어려운 필살기, 스카이 훅샷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카림 압둘자바'. 그가 세운 통산 누적 점수는 우뚝 솟은 성탑처럼 좀처럼 함락되지 않았다.
허나 모든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법. 오늘 르브론 제임스는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OKC)와의 홈경기에서 2 쿼터까지 20 득점을 하며 대기록 경신까지 16점을 남겼다. 3 쿼터 초반, 황소를 닮은 상체로 전담 수비수를 밀어내며 레이업을 성공하고, 연거푸 3점을 적중시켜 통산 득점 1위까지 불과 2점이 필요한 상황.
레이커스 홈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커진다. 곳곳의 카메라는 르브론과 관중석에 자리한 그의 가족들 그리고 카림 압둘자바에게 초점을 맞추기 바쁘다.
르브론은 수비수를 등지고 드리블을 하며 페인트 존으로 다가간다. 앤서니 데이비스, R. 웨스트브룩 등 동료들은 간격을 넓히며 그의 일대일 공격을 돕는다. 르브론은 자유투 라인 근처에서 뒤로 점프하며 스텝백 점퍼를 시도했다. OKC의 34번 켄리치 윌리엄스는 따라가며 힘껏 손을 뻗었지만 'King'의 손을 떠난 공은 부드러운 포물선을 그리며 골대로 향했다. 붉은 농구공은 일말의 의심도 없이, 링도 스치지 않고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38,388 점. 르브론은 양팔을 옆으로 벌리고 홀로 백코트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우레와 같은 축포가 터지고 환호하는 관중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메라맨들과 기자들, 극성팬, 관계자들이 일제히 코트 안으로 밀려들었고 경기는 일시 중단되었다.
역사적인 대기록 작성의 순간
카림 압둘 자바로부터 플레이볼을 건네받은 킹 르브론
올드 스쿨 레전드와 리빙 레전드의 만남
39년 만이다. 오랜 시간 농구 커리어를 이어온 르브론이기에 가능한 대기록이다. 그는 자신의 두 아들을 비롯한 가족들의 축하를 받았다. 40년 가까이 자신의 기록이 깨지길 바랐던 카림 압둘자바로부터 결정적인 2점을 기록한 '그 공'을 건네받았다. 아마도 그 공은 르브론 제임스의 대저택, 은밀하게 숨겨진 개인 소장 공간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안치되리라. 후에 경매 시장에 입찰된다면 높은 경쟁을 뚫고 어마어마한 고가로 낙찰될 것이다. 그는 인터뷰 도중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손에서 공을 놓지 않고 골대만을 바라보았다. 농구만을 위해 내달려온 반평생. 그의 앞을 막아서고 육중한 몸을 부딪는 라이벌들과의 혈투. 승리를 거두기 위해 고군분투한 수많은 동료들. 피땀 흘린 훈련장과 세계 각지의 코트에서 일분일초를 다투며 벌인 각축전의 하이라이트가 주마등처럼 스쳐 갔으리라.
코트 중앙에서 마이크를 잡은 그는 자신이 세운 대기록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달리고 패스하고, 수비수를 따돌리려 우뚝 서서 스크린을 서준 이들. 주저 없이 공을 향해 몸을 날린 동료들의 희생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잠시 후 떠들썩하던 장내가 정리되고 10 명의 선수들만이 코트에 남아 상대편 골대를 바라보며 몸을 한껏 낮춘다. 그들의 우락부락한 어깨와 가슴팍은 진땀에 물들어 번들거리고 윤기가 돈다. 노회한 고대 그리스의 석공이 평생을 바쳐 깎고 다듬은 대리석 거상을 보는 듯하다. 그들이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유난히 돋보이는 백전노장이 눈에 띈다. 듬성한 머리를 쓰다듬고 충혈된 흰자위로 상대를 노려보던 그는 드넓은 어깨로 적진을 무너뜨리려 돌격을 서슴지 않는다. 그의 발밑에 스러지고 맥없이 무릎 꿇은 적장이 대체 몇이던가. 코트 위에서 자웅을 다투는 젊디 젊고 유망한 적장들 또한 그를 우러르고 리스펙을 아끼지 않는다. 'MVP'를 연이어 외치는 광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이 잦아들고, 매끈한 코트를 밝히는 조명이 꺼져도 그의 플레이는 계속된다. 킹 르브론 제임스, 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카림과 르브론의 기록 비교. 카림의 통산 3점 슛은 오직 하나뿐이다. 당시 센터는 3점 슛을 거의 시도하지 않았다. 페인트 존을 쟁취하는 자가 승리하고 살아남는 시대였으니까.
연설 도중 눈시울이 붉어진 르브론
5번째 NBA 파이널 우승을 위해, 4만 득점/1만 리바운드/1만 어시스트 대기록을 향해..
그는 드리블을 멈추지 않고 높이 날아올라 슛을 던진다. 상대의 심장을 후비는 날카로운 창 끝처럼 미들 점퍼를 적중시킨다. 끈질기게 추격하는 상대의 숨통을 끊는 장쾌한 3점 슛이 터진다. 자신을 막으려 뛰어오른 상대의 머리 위로 호쾌한 토마 호크 덩크슛을 꽂으리라. 속공 찬스에서 망설임 없이 레이업을 시도하는 상대 선수를 번개처럼 따라붙어 공을 낚아채고 멀리 날려버릴 것이다. 그는 현존하는 농구의 제왕이자 살아 있는 레전드이다. 그의 플레이를 라이브로 볼 수 있어 감격이고, 기록을 남길 수 있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