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배달의 민족

by 라미루이






경사진 골목 전봇대 아래

시동 걸린 하늘색 오토바이

주인 없이 비틀대다가

균형을 잃고 꽈당 넘어진다

지 갈 길 무심히 가던 난 보았다

무거운 헬멧 눌러쓰고 어딘가 통화하던

배달원의 털썩 주저앉는 마음을

에라 모르겠다 누운 오토바이 짐칸

치킨이며 짜장이며 볶음밥이 그야말로

뒤죽박죽 짬으로 뒤섞인 허무한 결말

목도한 그는 더 이상 의미 없는 통화를 멈추고

온 힘 다해 오토바이 일으켜 세운다

육두문자 욕지거리 대신 길게 뱉는 한숨소리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 못 잡는

철마에 올라 애꿎은 밤하늘만

나란히 올려다본다






* Jaco Pastorius - Come On, Come Over>>

https://youtu.be/PE6HmArln_k?si=QXgLRfAGV3Azo0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