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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하비키노 노베노유 온천, 빗쿠리 동키

Bikkuri Donkey 도톤보리점, 함박스테이크, 파르페

by 라미루이 Mar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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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14












하루 동안 많이 걷고 쉴 틈 없이 움직였더니 몸이 뻐근하고 찌뿌둥하다.

뜨근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알몸 신선이 되어 노닐 때가 되었다.

오사카 근방에는 시간을 내어 들를 만한 대형 온천 & 대중 욕탕이 지천에 깔려 있다.



신세카이의 온천 테마파크 '스파 월드'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원픽일 테고, 오사카 베이 타워의 소라니와 온천, 나니와노유 또한 선택지 상단 만하다. 좀 더 발품을 판다면 고베 아리마 온천 마을, 오사카 북부 산기슭에 위치한 '후시오가쿠'를 추천한다.



우리는 오사카 남동쪽 하비키노 지역에 위치한 천연 온천 '延羽の湯, 노베노유 본점'을 찾았다.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총 30~40분쯤 걸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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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에 한 번, 인근 지하철역을 온천 셔틀버스가 순회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층고가 낮은 온천 입구에 도착하니 오후 6시,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다.

붉은 포렴을 제치고 들어가니, 대기 줄에 서서 입장권을 끊는 사람, 상점에서 뭔가를 구매하는 사람, 식당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고 디저트를 즐기는 가족들까지.. 적지 않은 현지인들이 북적거린다. 왠지 외지인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로컬 대중목욕탕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선과 난 각자 남녀탕으로 흩어진다. 혼탕이었다면 분명 강렬하고 뚜렷한 기억이 남아있을 텐데, 흐릿한 기억이 전부인 것으로 보아 남녀 구별 탕인 듯하다. 비용은 성인 기준 1000엔 미만으로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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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베노유 본점 출입구의 상단을 가린 붉은 포렴들.




실내 목욕탕에서 초벌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 구역을 연결하는 징검돌과 암석으로 구분된 야외 노천탕이 반긴다.


가까이 히노키(편백목) 재질의 원통에 누워 목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 5곳 있다. 탄산천, 녹차탕, 와인탕 등 탕의 종류와 수온이 다양해 장시간 이용해도 질리지 않는다. 고온의 사우나, 시원한 냉탕도 준비되어 있으며 전체적인 청결 상태는 깨끗한 편이었다. 노베노유 본점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에 위로 뚫린 하늘과 별을 보며 아기자기한 야외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적한 오사카 외곽에 위치해 있어 공기가 비교적 맑다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


다만 주말이나 금요일 야간에는 현지인들이 몰려 욕탕 컨디션이 나빠진다고 하니, 붐비는 시간대는 피해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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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여기는 목욕을 즐기고 나서도 휴식을 위한 식당, 카페, 만화방, 베드 체어 시설이 잘 되어 있어 장시간 머무르기 편하다. 온천욕을 마치고 나온 우리는 서로의 발그레한 얼굴을 바라보며 잠깐 밖으로 나왔다. 옆 건물은 파친코 & 슬롯머신 매장이었는데 요란한 네온사인이 번쩍이고, 가끔씩 누런 낯빛의 아저씨들이 나와 줄담배를 피우곤 했다. 잠시 그들을 지켜보다 매캐한 담배연기가 밀려오자 우리는 안으로 대피해 밀크 아이스크림을 해치우고는 도톤보리를 향해 출발했다. 북적이는 남바 거리에 도착하니 벌써 밤 9시가 넘었다.





https://maps.app.goo.gl/a1QAyY6zjH7uN3NM9






도톤보리에 도착한 우리는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빗쿠리 동키(びっくりドンキー, Bikkuri Donkey)' 도톤보리점을 찾았다. 다소 늦은 시각에도 내부는 식사를 즐기는 커플들과 가족들로 빈 테이블을 찾기 어려웠다.


내부는 다소 어두운 조명에 음침한 아지트, 밀실 같은 분위기였다. 지브리 애니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벽면 여기저기 매달린 고철 냄비에 낡은 도로 표지판, 형편없이 찌그러진 프라이팬들이 상상력을 자극했다. 스팀펑크 스타일의 기계틱한 장치와 몽환적인 마법적 요소가 어우러져 동심을 불러일으킨다고나 할까.




'빗쿠리 동키' 도톤보리점 입구 간판'빗쿠리 동키' 도톤보리점 입구 간판



참고로..


'빗쿠리 동키'는 1968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벳카리야(ベルカリア)"로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브랜드를 확장하며 독창적인 이름을 고민하다가, "놀랄 만큼 맛있고 재미있는 레스토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びっくり(깜짝 놀라다)"를 떠올렸다고.. 덧붙인 "당나귀(Donkey)"는 브랜드의 마스코트이자, 친근하고 정감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선택했는데, 일본에서는 당나귀가 유쾌하고 건강한 동물로 여겨진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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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펑키한 스타일의 실내 인테리어,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우리는 호기심 넘치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주문한 음식이 하나 둘 나오자 근접 사진을 남기기에 바빴다.


'빗쿠리 동키'의 대표 메뉴는 누가 뭐래도 경양식 대표 메뉴 '함박 스테이크'다. 적당히 익힌 스테이크는 부드러웠고 입에 넣는 순간 오물오물, 녹아 사라졌다! 세트 메뉴에 포함된 프라이드치킨과 감자튀김, 콘 샐러드도 먹을 만했다. 놀라운 것은 밥맛이 유독 달게 느껴진다는 것. 찰기는 한국 쌀과 비슷한 정도였는데, 밥 지을 때 미림이나 단술을 탄 것처럼 달달한 맛이 강하게 느껴지더라. 알고 보니 일본 쌀 품종은 아밀로스 함량이 낮고 아밀로펙틴이 많아 끈기가 있고 단 맛이 강조된다고 한다. 어쩌면 내가 종일 쉴 새 없이 걸어 다니고 야외 온천을 즐긴 후 첫 끼니라, 허기가 심해 강렬한 밥맛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까지 먹은 흰밥 중에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기본기가 강한, 달짝지근하고 맛난 쌀밥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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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패밀리 레스토랑답게 메뉴판 두께가 상당하다. 메인 메뉴뿐만 아니라 파르페, 아이스크림, 케이크, 밀크셰이크, 맥주, 칵테일 등 전성기 베니건스, TGIF를 연상시키는 올스타급 메뉴 라인업을 자랑한다. 음료 & 디저트 메뉴판이 별책으로 제공될 정도였다. 우리는 초코 생크림 파르페를 주문해 함께 나누어 먹었다. 선은 한국에서 챙겨 온 가이드북을 펴서는 내일 일정을 대략 그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난 그녀의 여행 플랜에 따라 움직였고, 덕분에 편히 쉬면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선은 최적의 동선을 고려한 여행 가이드이자 돈 관리가 철저한 총무였으니, 동행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고의 여행 파트너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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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쿠리 동키' 파르페 시리즈는 모두 다 맛보고 싶다! 히트 메뉴, 생딸기 크림 파르페는 테이블마다 하나씩 놓여 있을 정도..




https://maps.app.goo.gl/tqFFb3X6QjZzsjS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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