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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x Seo Dec 21. 2020

스위트홈, 작정하고 만든 한국형 대작 크리쳐물

드라마계의 마이다스 손이 작정하고 만든 한국형 크리쳐물

태양의 후예, 도깨비 그리고 미스터 션샤인. 이응복 PD의 2016년 이후 대표작이다. 드라마계의 마이다스의 손이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다. 그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작정하고 만든 한국판 호러 드라마, "스위트 홈"이다. 


화려하지만 균형감 있는 캐스팅

그가 함께 했던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일관성있게 그랬듯이 이번에도 역시 호화스러운 캐스팅이 이어진다. 이진욱, 이시영, 김갑수, 김상호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스타들과 함께 '좋아하면 울리는'으로 이름을 알린 라이징스타 송강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특히 음울한 회색빛의 연기를 하는 이진욱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거친 연기를 보여준다. 이젠 아예 복싱선수로 전직한 것이 아닐까 싶은 정도의 몸을 보여주는 이시영의 연기 역시 눈부시다. 무엇보다 알려지지 않은 배우 송강은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며 이 드라마를 통해 신인의 타이틀을 뗀다.


인기웹툰 원작

드라마의 원작은 네이버의 동명 웹툰 "스위트 홈"이다. 총 141회가 연재되는 동안 평점이 무려 9.9점이니 스토리에 대한 대중적 평가는 이미 검증을 마친 상태이다. 원작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좀 더 어둡고 음침하고 낡았다. 원작의 배경이 오피스텔에 가까운 느낌이었는데 드라마의 배경은 좀 더 낡은 아파트로 바뀌었다. 이런 사소한 극적 장치의 변화를 제외하고는 드라마는 원작을 충실하게 반영한다.


킹덤에 버금가는 제작비

넷플릭스가 내놓았던 공전의 히트작 킹덤과 비슷한 수준의 제작비를 사용했다고 한다. 무려 편당 30억 수준이다. 


최고의 PD, 화려한 출연진, 검증된 원작, 그리고 아낌없이 쏟아부은 제작비까지. 이 정도 되면 기대를 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기가 더 힘들다.


좀비 따윈 식상하다, 이제는 괴물이다

처음에는 좀비 드라마인가 했다. 좀비가 등장해야 할 타이밍을 기다리다 좀비 대신 "괴물"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흥분했다. 신선했기 때문이다. 괴물의 신선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존 좀비들이 보여줬던 한계를 보란듯이 넘어선다. 한 녀석은 영화 에일리언의 주인공 괴물처럼 입에서 촉수를 쏘아댄다. 다른 녀석은 영화 판타스틱4의 근육히어로 "더 씽"을 오마주한듯한 거구의 근육 괴물이다. 거미의 형상을 한 괴물도 등장한다. 더구나 이녀석들, 왠만하면 죽지도 않는다, 머리의 반이 잘려나갔지만 걸어다닌다, 눈이 잘려나가 앞이 안보인다고 중얼거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기존 좀비물에서 좀비들끼리는 공격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스위트홈의 괴물들은 심지어 자기네들끼리 싸우기도 한다. 이렇게 통념을 파괴하는 다양한 모습의 괴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쏠쏠하다. 기존 좀비물과는 다르게 스위트홈의 괴물들은 신체적으로 인간을 한참 넘어선다. 인간들이 마음먹는다고 쉽게 죽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설정은 드라마의 극적 긴장감을 배가 시키기에 충분하다.


게임의 캐릭터들을 연상시키는 등장인물들

각각의 인물들은 각자 개성을 살린 무기를 든다. 주인공 고등학생 현수는 관우의 청룡은월도를 보는 듯한 긴 창을 쓴다, 선비같은 국어선생님은 일본도 같은 날카로운 칼을, 치료를 하는 유리는 원거리 공격무기인 활을, 그리고 베이스를 연주하는 지수는 야구방망이를, 기계장비에 뛰어난 하반신 불구의 두식은 엄청난 파워의 장총을 쓴다, 그리고 맨주먹을 쓰는 상욱까지. 마치 게임을 보고 있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찌들어 삶의 의욕을 잃었던 학생 현수는 괴물이 세상을 점령하고 나서야 삶을 찾아 문 밖으로 나선다.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을 지키기위해 전사로서 성장해가며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아간다. 스위트 홈의 주요 메세지는 현수의 성장드라마에 초점을 두고 있다.

괴물이 되는 원인은 욕망때문이라고 뉴스에서 말한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형벌이라고도 말한다. 우연이었을까, 요즘같이 "아파트"가 욕망의 상징이 되어버린 시기에, 드라마는 이 아파트라는 공간을 폐쇄시켜놓고 배경으로 사용한다. 그 안에서 다양한 인간들의 욕망이 부딪히고 서로를 상처내고 찢는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상처를 어루만지고 보듬어 안는다.


두려움 앞에서 숨는 남자들과 힘을 합쳐 전면에 나서는 여자들, 극악의 환경 속에서 꽃 피는 사랑, 새로운 생명의 잉태. 드라마는 10편의 짧지 않은 호흡 속에서 다양한 주제를 짧지만 임팩트있게 터치한다. 


찰떡같이 붙는 음악들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비트의 음악은 극의 전개에 가속도를 붙인다. 비와이의 "나란히"는 정말이지 엄지를 백개라도 올려주고 싶을 정도로 극의 장면들과 환상의 합을 보여준다. 심장을 두드리는 음악들은 액션장면을 더욱 스타일리쉬하게 만든다. 슬래시 무비를 볼 때에 느껴지는 시각적 카타르시스를 음악으로 대신하는 듯 하는 느낌도 든다.


500분이 아깝지 않은 대작 드라마

편당 대략 50여분 정도 되는 것 같다. 10편을 다 보면 아마도 500여분 정도 될 것 같다. 

10편을 다 보고 글을 적을까 고민하다가, 너무 많은 스포를 얘기하게 될까 염려가 되어 중간에 끊고 글을 썼다. 전개가 빠르고 몰입도가 훌륭하기 때문에 시간만 허락한다면 10편 정주행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추천하냐고? 당연하다. 이런 드라마를 안보면 도대체 어떤 드라마를 본단 말인가.

좀비, 슬래시, 공포, 호러 이 쪽 장르의 정서를 혐오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반드시 보시길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머릿 속에 남는 대사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대게 대사가 머릿속에 꽂힌다는 건, 내가 그 대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인데 말이다.


못난 어른이라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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